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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타운 프로젝트’에 관심 없는 한인단체들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LA한인타운은 참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LA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재개발 사업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거지와 상업지역, 오피스타운이 공존하는 곳이다 보니 유동인구도 많고 교통도 복잡하다. LA에선 드문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고, 외교 공관들도 자리 잡고 있다.  
 
LA시가 지정한 LA한인타운은 남북으로 올림픽에서 베벌리 불러바드, 동서로는 후버에서 윌턴까지다. 물론 한인들이 생각하는 한인타운은 이보다 넓지만….
 
이 지역 면적은 2.7 스퀘어마일, 센서스 자료상 거주 인구는 11만여 명이다. 스퀘어마일당 4만 명 이상이 거주한다. 명칭은 한인타운이지만 라틴계 주민이 40% 이상으로 가장 많은 것도 특징이다.  
 
한인타운은 LA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역동적인 곳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다이내믹 한인타운’이라는 이미자와는 영 딴판인 일들도 생기고 있다. 발표는 거창하게 했지만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워낙 진전이 없다 보니 ‘정말 할 의지가 있긴 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인 ‘코리아타운 게이트웨이(Koreatown Gateway)’다. 교통량이 많은 올림픽과 노먼디 교차로에 한인타운 상징물을 세우자는 것이다. 인근 차이나타운에는 ‘드래곤 게이트’, 리틀도쿄에도 ‘파이어 타워’라는 상징물이 있는데 한인타운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모양은 LED 조명이 들어간 대형 아치형 게이트.  
 
이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된 것이 2008년이었다.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코리아타운 게이트웨이’는 없다. 중단위기까지 겪다 ‘2023년 말 착공, 2024년 중반 완공’ 계획이 다시 발표됐다. 이것도 지난해 말 얘기다. 올해도 벌써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착공 발표 소식은 없다. 내년에 완공된다 해도 상징물 하나 세우는데 꼬박 16년이 걸리는 셈이다.
 
감감무소식은 한미박물관이 더 심하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지난 2012년 LA시와 부지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LA시가 제공키로 한 부지는 버몬트와 6가에 있는 시 소유 주차장, 임대 조건은 연 1달러에  50년이다.  
 
당시 이사회 관계자는 “20년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라며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첫발만 내디딘 채 10년의 세월을 보낸 것이다. 이사회 관계자 말대로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30년이나 된다. 임대 기간의 5분의 1일을 까먹는 동안 이사회가 한 일이라곤 설계도 변경밖에 없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아직도 착공 시기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오피코 도서관 포킷 공원’ 사업도 10년 가까이 진행형이다. 이 프로젝트는 윌셔와 옥스포드 인근에 있는 피오피코 도서관 주차장에 미니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타운의 녹지 공간 부족 이슈가 제기되자 나온 계획이다.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된 것은 2015년,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가장 최근의 소식은 지난 5월 LA시가 사업을 확정 짓고 관련 3개 부처가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후 실제로 협의가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8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예상 소요 예산은 1500만 달러에서 2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한인사회 내부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인 환영행사는 서로 주최하겠다고 난리지만 이런 일에 앞장서는 곳은 없다. 주요 한인단체라는 LA한인회나 LA한인상공회의소도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마치 한인타운에 상징물을 만들고 박물관을 짓는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거창하게 정체성 운운하지 않더라도 후세들에게 한인타운의 사진 촬영 명소 몇 군데쯤은 남겨줘야 하지 않을까.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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