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딥 채널 프로젝트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와 중서부 대부분의 지역은 평지다. 흔히 말하는 대평원, 대초원은 말 그대로 편평한 정도가 매우 심심할 정도다. 시카고만 하더라도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의 차이가 크지 않다. 시카고의 평균 해발이 182미터로 측정되는데 가장 높은 곳이 205미터, 가장 낮은 곳이 176미터니까 채 30미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동네가 편평하다는 뜻일 게다.
이런 곳에 살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면 배수가 원할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높낮이의 차이가 있으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배수가 비교적 원활할 텐데 시카고는 지형상 배수작용이 쉽지가 않다. 특히 지난 7월2일과 같이 하루에만 7인치 정도의 폭우가 짧은 시간 내에 쏟아지게 되면 여지없이 침수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낮은 곳으로, 일반적으로 보면 저소득층 주민들이 밀집한 곳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래서 시카고언들은 오래 전부터 딥 터널(Deep Tunnel)과 초대형 저수지를 통해 침수 피해를 막아보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1800년대부터 건설하기 시작했던 운하, 강과 호수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한 락(Lock)과 합쳐지면서 현재의 시카고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이전에는 시카고에서 비가 내리면 하수와 함께 빗물이 미시간호수로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상수원이기도 한 미시간호수에 오염된 하수와 빗물이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 보고자 시카고 강이 미시간호수로 들어가지 않고 미시시피 강으로 빠질 수 있도록 운하를 건설했고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락을 설치했으며 오염되지 않은 상수원을 끌어오기 위해 호수 중심쪽으로 집수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딥 터널 프로젝트가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시작해 38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만들었고 현재도 건설되고 있는 딥 터널은 쉽게 말해 배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시설이다. 공사 기간과 공사금액 등을 감안하면 토목 공사 중에서도 가히 최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깊숙한 공간에 연결된 큰 터널을 만들고 이를 초대형 저수지와 연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완성되면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을 경우에도 빗물이 강에서 범람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카고 사람들의 노력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로 엘크 그로브와 맥쿡, 쏜튼 지역에 3개의 초대형 저수지가 1998년 이후 순차적으로 완공됐다. 이중 맥쿡 저수지의 경우 아직도 공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진행중인 공사로 담수 용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완공 예정인 2029년 이후로는 현재 용량 보다 3배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카고언을 노력도 자연의 힘에는 때로 무력해지기도 한다. 지난 7월2일 폭우가 대표적이었다. 이날 기록적인 폭우로 딥 터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카고 남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저지대에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네이비피어에 있는 시카고 강과 미시간호수를 연결하는 락을 개방해 시카고 강에 가득찬 빗물을 미시간호수로 흘려 보냈다는 점이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물을 상수원에 유입시킨 셈인데 담당 부서인 상하수도국은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왜 미리 락을 개방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냐는 비난에는 이전에 락을 개방했으면 수위가 맞지 않아 호수물이 강으로 역유입 되어 침수 피해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저수지 용량 증설을 신속하게 완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반 가정에서도 빗물이 곧장 하수구로 빠지지 않고 잠시라도 가두어 뒀다가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이러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어쨌든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일리노이의 토네이도도 그렇고 시카고도 자연재해로부터 영원히 안전지대라는 믿음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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