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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말리부 해변 부자들의 이기심

김형재 사회부 부장

김형재 사회부 부장

샌타모니카에서 옥스나드까지 이어진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PCH), 특히 말리부 해안선 약 30마일 구간은 아름다운 경치와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우러진 세계적 명소다. 해변의 으리으리한 저택,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서퍼, 아름다운 석양, 할리우드 스타 등 설레는 수식어가 함께 한다. 서프라이더비치(Surfrider Beach), 말리부피어(Malibu Pier), 주마비치(Zuma Beach), 포인트 둠(Point Dume), 엘마타도어비치(El Matador Beach) 등의 파란 하늘 아래서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이 된다. 남가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말리부 PCH 구간을 지날 때 ‘인생의 여유’를 만끽한다고 한다.  
 
하지만 말리부의 일부 주민은 이런 유명세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이들은 비밀의 화원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외부 관심을 거부하고 있다. ‘텃세’치곤 유난스러울 정도다.
 
말리부 초입 토팽가비치(Topanga Beach)는 서퍼들에게 애증의 장소다. 적당한 높이의 파도가 길고 예쁘게 밀려온다. 서퍼의 열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가고 싶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한 한인 서퍼는 “바다와 파도가 좋아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로컬’의 행패는 유명하다. 자신들 눈에 조금만 거슬리면 욕을 하고 시비를 건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이 동네에 오지 말라’는 시위인 셈이다. 한두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치사함과 분노도 치민단다.
 
말리부 30마일 PCH 구간은 반세기 동안 ‘해변 접근권’을 놓고 공익과 사익이 맞붙은 소송전으로 유명하다. 해안가에 다닥다닥 붙은 수백만~수천만 달러짜리 주택 소유주들은 방문자의 해변 접근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예쁜 바닷가를 거닐고 싶어도 성채 같은 집에 막혀 비집고 들어갈 틈(일반 통행로)을 찾기 어렵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기들만 누리겠다는 심보다. 얼핏 ‘나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심정적 이해는 가지만, 이들은 ‘공유지’를 독점하겠다는 이기주의 끝판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부 말리부 주민의 행태는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말리부 해변을 걸어도 되는가’, ‘해변 사유화가 가능한가’, ‘도대체 해변으로 통하는 입구는 어디인가’ 등등. 방문자 불만은 거세다. 그런가 하면 ‘말리부 주택 소유주 2명 해변 입구 통행로 막아 510만 달러 벌금 부과(2016년)’, ‘해변 주택가에 가짜 주차금지 표지판 설치한 주민 벌금 부과(2014년)’ 등 법의 심판을 받은 주민도 있다.  
 
LA타임스 등 남가주 주요 언론들은 ‘말리부 해변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부자 동네의 행태를 꼬집는다. ‘해변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단순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없어서다.  
 
이 동네 주민들은 소위 최고 부유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유지를 목숨처럼 여긴다. 그런데 그 욕망이 지나쳐 법이 요구하는 ‘공동체 시스템’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다. 위선적인 행태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타당한 것이고 절대 포기해서도 안 된다.
 
최근 말리부시는 호화로운 해안 주택지역에서 레추자비치(Lechuza Beach)로 가는 통행로 안내판 3개를 제거했다. 이에 레추차비치 소유권 및 관리를 맡고 있는 가주 산악휴양보존국(MRCA)은 ‘가주 규정에 맞게 설치한 안내판을 지방정부가 제거할 권한이 없다’고 경고했다. 말리부 시정부마저 일부 주민의 행태에 동조한 모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셈이다.
 
가주와 LA카운티 정부는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이들의 행태에 맞서 싸우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사유물이 아니다. 굳이 ‘공유지인 해변은 사유화할 수 없고 모두가 접근할 권리가 있다’는 법 조항(California Coastal Act, Section 30211)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는 상식이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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