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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후쿠시마를 보는 미국의 여유

류정일 사회부장

류정일 사회부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시끄럽다. 한국말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맹비난했다. 이보다 앞선 4일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방사성 핵종 등 위험 물질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날 면담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14일째 단식투쟁 중인 우원식 의원은 “안전을 확신하면 그 물을 일본이 마시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냐”고 다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 1시간 35분 만남 중 1시간의 공개발언을 통해 작심한 듯 열변을 토했고, 그로시 총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 본청 밖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고 홈 그로시”라고 외치는 소리가 면담장까지 들려왔다.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국제기구 대표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가 무심하리만큼 반응이 없다. 일부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논란이 미미하다. 후쿠시마가 일본 동부에 있어 오염수를 방류하면 북동쪽으로 흐르는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미에도 도착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백악관은 7일 IAEA 종합보고서에 대해 “유능한 국제기구의 전문적인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이미 4일 “IAEA 보고서는 일본의 처리수 방류 계획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인정했다.
 
이런 미국의 ‘조용한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연방 환경보호청(EPA)은 IAEA가 매달 발간하는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보고서를 심층 분석한다. 또 EPA는 ‘라드넷(RadNet) 시스템’을 통해 전국 140개 도시에서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24시간 측정한다.
 


여기에 많은 관련 기관들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꾸준히 문제를 추적해 ‘문제없음’ 결론을 내리고 이미 수년 전 활동을 종료했다. 우선 식품의약국(FDA)은 2014년 3월 EPA, 해양대기청(NOAA)과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사태에서 기인한 방사능이 미국 내 어떤 식품에서도 발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는 추적을 시작한 지 4년을 훌쩍 넘긴 2015년 말 샌프란시스코 서쪽 1600마일 해역에서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극소량을 발견했지만,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끝마쳤다.
 
오리건주 공공보건부는 대기, 모래, 물을 모니터링했지만, 인체에 유해한 수준 이상의 방사능은 없었다고 밝혔다. 포틀랜드역에서 실시된 대기의 감마선 분광학 분석은 2013년까지 진행됐는데 모두 최소검출 가능농도(MDA) 미만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검출된 양은 온종일 100년 동안 쬐도 흉부 X레이 1회 노출양과 같다”고 풀어서 설명했다. 물은 식수, 강수, 해수로 나눠서 분석했는데 식수와 해수는 나란히 2016년, 강수는 2014년까지 모두 MDA 미만으로 나타났다. 오리건주는 2017년 2월 15일 조사를 끝으로 모니터링을 종료했다.
 
사고 현장에는 2013년부터 알프스(ALPS·다핵종 제거 설비)가 설치돼 세슘 및 스트론튬과 같은 유해한 방사성 핵종은 제거하고, 방사능이 약하고 덜 유해한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만 남겼다. 미국이 다방면으로 조사를 단행했던 시기보다 상황이 나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로시는 한국을 떠났고 이제 야당이 답할 차례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모욕감 같은 것 말고, 과학의 영역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쟁의 대상으로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를 말이다.

류정일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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