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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미·EU “독과점 우려”…세계 7위 항공사 ‘난기류’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진통]
대한항공, 3년간 1조 투입
조원태 “합병에 100% 걸었다”
M&A 실패하면 양사 큰 타격

‘필수 신고국’서 결합 제동
EU, 심사 기한 연장…미·일 경계
중국·영국·호주 등 11개국 승인

독과점 우려 해소 과제
대한항공, 슬롯 반납 등 예상
직항 축소 등 소비자 피해 우려

인천국제공항에 드나들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통해 세계 7위 수준의 거대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지만 EU·미국·일본 등 남은 3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드나들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통해 세계 7위 수준의 거대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지만 EU·미국·일본 등 남은 3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서 순항하는 듯했던 대한항공이 난기류를 만났다. 주요 외신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집행위원회)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한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사실상 심사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그간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경쟁당국에 M&A 관련 설명서와 신고서 등을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렸다. 그 결과 현재까지 한국·중국·터키·대만·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영국 등 11개국에서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면서 M&A 성사에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EU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승인을 주저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필수 신고국’이라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못 받으면 M&A 자체가 무산된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아시아나항공 M&A)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할 만큼 간절하다. 그도 그럴 것이 M&A가 성사되면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 세계 7위 수준의 거대 항공사가 탄생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 부으면서 결착만을 기다린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각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로펌과 자문사 등에 의뢰해 도움을 받는 데만도 1000억원 넘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M&A에 실패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현황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현황

항공사 합병, 당국 승인 필요

 
항공업은 조선업의 경우처럼 주요국의 ‘역외 적용 조항’ 대상인 산업 분야라 국내 기업 간 결합이더라도 해외 경쟁당국 승인을 필요로 한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결합이 2021년 EU 반대로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EU는 두 조선사의 결합이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는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과 결합했을 때 독과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들로 볼 때 대한항공 입장에선 독과점 우려 해소에 힘쓰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앞세워 남은 경쟁국들을 설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대한항공은 앞서 중국 등 11개국에서 M&A 승인을 받을 때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고 그게 통했다.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경쟁시장청)의 승인을 받으면서도 런던 히드로공항의 슬롯(특정 시간대 항공기의 이·착륙 권리) 7개와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런던 노선 운수권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하면서 독과점 우려를 해소했다. 이와 비슷하게 EU와 미국, 일본에서도 일부 내줄 것은 내주는 식으로 독과점 우려를 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 국내 항공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예컨대 운수권을 내놓으면 한국과 EU·미국·일본을 오가는 직항편이 줄어들고, 알짜 슬롯을 반납하면 항공기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등 선호되지 않는 시간대에 이·착륙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EU 경쟁당국이 불허를 염두에 뒀다면 심사 기한을 연장하기보다는 단번에 불허 방침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대안 제시를 기다렸다가 이를 보고 면밀히 검토해 조건부 승인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한국 항공사와 독일·프랑스 등의 EU 항공사가 서울과 EU 주요 도시를 오가는 운수권 협정에서 같은 운항 횟수를 약속했더라도 실제로는 한국 항공사의 운항 횟수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편의성을 중시하는 국내 승객들이 한국 항공사 이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라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에 EU 항공사들 반발이 거센 만큼 EU 경쟁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내다봤다.
 
M&A 성사돼도 고려 요소 많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M&A가 무산될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경영 정상화 작업이 어려워진 아시아나항공은 파산까지 이를 수 있고, 산업은행도 매각에 실패하면서 국민 세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대한항공 역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는 한편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EU 등이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도 대한항공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면 국내 항공업은 경쟁력 저하라는 ‘승자의 저주’에 처하게 된다”며 “M&A가 무산돼도 문제이지만 성사돼도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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