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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시험대 오른 한인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중국계 최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의 도미닉 잉 행장은 지난 4월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진땀을 흘렸다. 올해 1분기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7%나 급증했지만 투자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문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예금 문제에 집중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인데 재융자 관련 대책이 있느냐?” “예금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보는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앞으로의 영업 환경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인 상장 은행들도 비슷했다. 한인 은행장들도 1분기 실적 발표 후 가졌던 투자자 컨퍼런스 콜 시간의 대부분을 상업용 부동산 대책과 예금 확보 방안 설명에 할애했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요즘 은행, 특히 한인 은행과 같은 커뮤니티 은행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와 예금 비용 증가가 원인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재융자 이슈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사무실 빌딩, 상가, 창고 건물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재융자 수요는 늘어 은행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한 금융 정보 업체는 앞으로 3년 내 재융자가 필요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 중 70%가 커뮤니티 은행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조차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문을 닫는 소형 은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할 정도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예금 확보 문제도 진행형이다. 언제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은행 입장에서는 이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커뮤니티 은행들이 예대마진 축소까지 감수하며 예금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커뮤니티 은행의 평균 예금 이자율은 직전 분기보다 0.39%포인트 올랐지만, 대출 이자는 평균 0.16%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런 예대마진 축소는 은행의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전체 수익 가운데 이자 수익의 비중이 절대적인 커뮤니티 은행들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커뮤니티 은행들의 수익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SVB 사태 이후 대부분의 은행주가 급락했지만 커뮤니티 은행들의 낙폭이 더 크고 회복도 더딘 실정이다. 상장 한인 은행들의 주가 동향을 보면 SVB 사태로 14달러 선이 무너진 뱅크오브호프는 현재 8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다. 주당 23달러 선이었던 한미는 현재 15달러를 오가고, PCB는 18달러 선에서 14달러 선으로, 오픈뱅크는 11달러 선에서 8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중국계 대표 은행들인 이스트웨스트나 캐세이도 마찬가지다. SVB 사태 직전 72달러 대를 기록했던 이스트웨스트는 현재 52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캐세이 역시 42달러에서 31달러 선으로 밀렸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에는 호재다. 대출 금리에는 금리 인상분이 즉시 반영되지만 예금 금리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오히려 커뮤니티 은행들 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인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남가주 6개 은행의 순익 규모만 4억5000만 달러가 넘었다. 이런 실적이 가능했던 것은 은행들의 노력 결과지만 금융시장 호황 덕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전국 4000여개의 커뮤니티 은행들은 공통의 과제를 받아들고 나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한인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의 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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