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 시작, 도서관장된 한인
랜초 베르나르도 도서관
로사 권씨 24년 만에
“배울 기회에 성공 있어”
4일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트리뷴’에 따르면 로사 권(사진)씨는 평소 애용하던 도서관에서 인생의 다음 길을 발견해냈다.
권씨는 최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랜초 베르나르도 도서관(이하 RB 도서관)의 신임 지점 매니저로 부임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권씨는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였다.
1989년 한인 2세 남편 존 권씨와 결혼한 후 한국에서 이민 온 그녀에게 그때까지만 해도 도서관이란 대학교와 같은 존재였다.
권씨는 “당시 한국에서 도서관은 학문을 연구하고 조사하기 위한 곳으로 아이들을 위한 책이 있는 커뮤니티 시설은 아니었다”며 “부모들은 주로 아이들에게 책을 사줬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건 1996년 랜초 베르나도로 이사한 뒤다.
당시 두 아들(오민, 오훈)에게 많은 책을 사주던 권씨에게 다른 학부모 한명이 도서관을 소개해줬다.
커뮤니티 친화적인 도서관의 매력에 푹 빠지는 그녀는 1999년부터 RB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RB 도서관 매니저는 책을 정리하는 데 소질을 보였던 권씨에게 도서관 보조직을 제안했고 이듬해 그녀를 고용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권씨는 동료 직원의 조언을 듣고 팔로마 칼리지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도서관학을 공부했고, 결국에는 샌호세 주립대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도서관 보조3까지 진급해 안내데스크에서 일하고자 했던 그녀의 목표는 청소년 서비스 사서가 되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높은 자리까지 이끌었다.
권씨는 올해 4월까지 이민자들이 많은 미라 메사 지역 도서관에서 그녀의 이민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및 공부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그중에 하나로는 고등학생 및 교사와 짝지어 어린 초등학생들의 발음을 교정해주는 ‘리딩 버디스(Reading Buddies)’가 있다. 과거 영어가 어눌했던 권씨의 발음 때문에 자녀들이 어렸을 때 철자를 줄곧 틀렸던 그녀의 경험에서 고안됐다.
권씨는 “한 선생님이 한국어로 단어를 말하고 영어로 번역해 철자를 올바르게 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며 “지역의 많은 이민가정 부모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거라 생각해 프로그램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권씨는 24년 전 자원봉사로 시작했던 RB 도서관에 신임 지점 매니저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권씨는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의 매력은 모두를 위한 장소라는 것”이라며 “그게 내 목표이기도 하다. 단순히 책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프로그램과 자원, 기술이 있으며 사람들이 스스로 힘을 얻는 곳이길 원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특별히 동화책 ‘늦게 피는 아이, 레오(Leo the Late Bloomer)’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권씨는 “우리 아들들은 매우 장난꾸러기였고 빨리 배우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 그들은 매우 성공했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꽃을 피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들 오민씨는 현재 정신과 의사이고, 오훈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권씨는 자신 역시 영어 공부가 느렸다면서 “이민자 가족이 배우는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제 내가 사람들이 다음 챕터를 찾도록 도울 차례다”고 덧붙였다.
장수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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