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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파리 오페라 뒤덮은 샤넬 광고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 방문했다가 오페라 가르니에 정면 파사드를 뒤덮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 얼굴에 놀랐다. 그가 모델인 남성 향수 ‘블루 드 샤넬’의 초대형 래핑 광고였다. 오페라 가르니에가 어떤 곳인가. 19세기 나폴레옹 3세 시절 설계돼 샤갈의 천장화를 비롯한 신바로크 양식의 장엄·화려한 내외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 같은 문화유산급 건축물 전면을 샤넬 상업광고가 떡하니 메웠다. 측면엔 삼성 갤럭시 광고판도 웅장하게 서 있다.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치부하기엔 샤넬과 오페라 가르니에 사이의 인연이 깊다. 샤넬은 이곳에 상주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POB)의 공식 후원사일 뿐 아니라 메종 설립자인 가브리엘 샤넬(1883~1971) 때부터 발레 의상 제작에 헌신해왔다. 매 시즌 시작을 알리는 POB의 데필레(Defile, 행진) 때 새로 에투알(1급 무용수)이 된 단원은 샤넬이 제작한 의상과 티아라를 착용한다. 얼마 전 POB가 30년 만에 내한해 ‘지젤’을 선보였을 때도 샤넬은 특정 회차 객석을 일괄 구매해 VIP 고객을 들였다. 제품 가격을 수시로 올려 잠재 고객의 원성을 사는 이면에서 이 같은 메세나 활동으로 이미지 상쇄 효과를 누린다.
 
이득을 보는 건 오페라 가르니에도 마찬가지.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이 현대 명품 이미지에 힘입어 고루함을 벗어던졌다. 무엇보다 거액의 광고비를 받아 질 좋은 공연·전시, 문턱 낮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한다. 또 다른 프랑스 럭셔리 업체 루이뷔통이 지속해서 루브르 박물관과 패션쇼 등 협업을 하고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거액을 쾌척하는 것도 이런 ‘윈윈’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생기를 얻는 것은 덤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수도 서울에선 이처럼 대담한 ‘윈윈’을 보기 어렵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규격과 내용 등이 엄격한 허가 및 신고대상인 데다, 특히 소위 ‘공공장소’라면 시민 정서가 걸림돌이 된다. 광화문 광장에 면한 세종문화회관의 관계자는 “공공건물에 상업광고를 하는 것은 거부감을 살 우려가 있고, 설사 공익광고라 해도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승인 허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경쟁하듯 난립한 대형 간판들이 자아내는 ‘시각 공해’를 고려하면 서울 시내 공연장·미술관 외벽의 브랜드 광고는 시기상조일 것 같긴 하다.
 


다만 요즘 서울의 공간 이미지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정치 현수막’이란 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정당 현수막은 수량·규격·장소 제한 없이 보름간 걸 수 있게 됐다.

강혜란 / 한국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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