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가을의 끝, 노부부의 마지막 수확
마지막 가을(The Last Autumn)
양떼를 몰고 산을 내려가는울파의 모습이 슬퍼 보인다. 외지고 황량하지만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온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업의 전통이 자기 대에서 끊어지게 되는 것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정들었던 양들은 다른 사람에게 팔리어 가던가 도축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내년 가을에는 농작물을 키우는 일도, 양을 치는 일도 모두 그들의 삶에서 사라질 것이다. 북극해를 밝게 뒤덮은 저 밀려오는 햇살과 아름다운 풍경도 놓고 가야 한다. 평생 들어오던 자연의 소리들은 그들에게 잊히지 않을 음악이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부부의 마음속 ‘마지막 가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팬버그(Yrsa Roca Fannberg) 감독이 아이슬란드 해안가 농경지 노부부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마지막 가을’은 2019년 발표된 이래 HotDocs을 포함한 전 세계의 권위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물고기를 잡고 나무를 자르고 밭에 나가 농작물을 거두고 동물을 돌보고 모피를 뜨는 농경지의 일상을 끝내고 나면 부부는 저녁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단순한 육체노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시골 농부의 평범한 삶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몇 세대에 걸쳐 선조들이 개척한 땅을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마지막 가을은 그래서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영화는 땅을 벗 삼아 살아온 노부부의 애가이며 후세대가 그들에게 바치는 헌시이다. 신비롭고 광활한 자연 공간에서 온전히 땅과 함께 살아온 울파와오드니 부부, 그들이 일궈온 고요한 위업이 이 가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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