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근무 거부…"종교 신념" 인정
연방대법원 만장일치 결정
USPS의 방어 판례 뒤집어
직원 15인 이상 업체 해당
연방대법원은 29일 종교 생활을 위해 일요일 근무를 거부했다가 해고된 전직 우편 배달원 제럴드 그로프(45)가 연방우정국(USPS)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고용주는 종교를 가진 직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보수와 진보 성향과 관계없이 연방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전국적으로 근로자의 종교적 권리 행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직원이 최소 15명 이상인 업체에 모두 적용된다.
이번 소송은 그로프가 종교 생활을 위해 일요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고, 정직 처분 등을 받은 후 지난 2019년에 해고되면서 제기됐다.
그로프는 소장에서 “주일을 지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해고 위협으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며 “일요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종교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USPS는 1977년에 나온 판례(TWA 대 하디슨)를 방어 근거로 내세웠다. 이 판례는 고용주가 최소 비용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근로자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요청을 수용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례의 해석을 뒤집었다.
사무엘 알리토 연방대법관은 다수 의견을 통해 “하급법원은 하디슨 판례에서 언급된 ‘최소 비용 이상’이란 문구만을 갖고 종교적 권리 침해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다”며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민권법이 규정한 ‘과도한 어려움(undue hardship)’의 의미를 살펴봐야 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사업체가 얼마나 부담을 갖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USPS는 그로프의 일요일 근무 거부로 직장 내 다른 직원의 사기 저하, 업무 부담 가중, 부정적 분위기 등을 조성한다고도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알리토 대법관은 “종교적 신념과 관련한 편견, 적대감 등은 고용주가 종교적 편의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 간주할 수 없다”며 “만약 종교적 편의 제공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이나 적대감이 합리화되고 고용주에게 방어 수단으로 쓰인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연방항소법원에 “대법원이 결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다시 심의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퍼스트리버티인스티튜트는 성명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미국 내 종교의 자유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며 “종교적 신념을 지키길 원하는 약자들의 승리이며 직업과 신앙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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