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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크 수수료’ 폐지의 이면

우훈식 경제부 기자

우훈식 경제부 기자

팝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온라인 예매 사이트 ‘티켓마스터’에 들어갔다. 티켓 가격은 한장당 135달러. 회원가입을 마치고 결제를 누르니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 28.35달러와 ‘주문 처리 수수료(Order Processing Fee)’ 2.95달러가 더해졌다. 가격은 순식간에 166.30달러로 뛰었다.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는 0.1초 사이 23%나 비싸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은 최근 바이든 정부가 주목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는 ‘정크 수수료(junk fee)’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물품 구매 시 결제 화면에 도달할 때까지 업체들이 숨겨 놓는 수수료, 휴대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할 때 부과되는 추가 수수료 등이 대표적인 정크 수수료들이다. 특히 콘서트 또는 스포츠 경기 티켓은 예매 시 각종 수수료가 부과돼 처음과 다른 값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바이든 정부는 이처럼 감춰진 수수료를 없애고 소비자가 당초 결제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지친 소비자들은 정크 수수료 폐지 발표에 환호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티켓마스터는 정크 수수료를 없애고 처음 표시되는 가격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유선 및 위성 통신사들에 소비자가 실제 비용을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나섰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바이든의 정크 수수료 폐지 정책에 힘을 보탰다. CFPB는 최대 41달러인 크레딧카드 연체 수수료를 80% 내린 8달러로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연간 90억 달러를 아끼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 단체 등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이 정책이 단기간에는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두겠지만 구조적 해결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이 급감할 카드 업체나 은행 등이  다른 형태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라는 우려다.  
 
우선 ‘정크 수수료 폐지’가 시행되면 카드사와 은행들은 가장 먼저 연체 이자율부터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환이 불가능한 손실을 나타내는 대손액(Credit Losses)이 급증했다. 고물가에 제때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율이 더 오르면 카드사의 연체 고객 리스크(Risk)는 더 커지게 된다.
 
특히 최소 납부 대금(Minimum Payment)만 내는 고객들이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은 최소 금액만 결제하고 잔액에 대해서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체 수수료가 줄어도 이자율이 오르면 피해는 오롯이 이들에게 가게 된다. 제시간에 맞춰 결제해야 할 금액을 내고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제 대금이 밀리지 않는 모범 고객이 새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체 수수료를 낮추면 오히려 연체를 부추기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수수료는 고객이 제때 돈을 갚도록 하는 경고장의 역할도 한다. 그런데 연체 수수료를 무조건 낮게 책정하는 것은 카드빚을 연체하도록 장려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도 CFPB는 단호한 입장이다.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은 지난 13일 “수수료가 합당한 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시 한번 새 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정크 수수료 폐지’ 정책의 신속한 시행 문제에만 집착한 주장이다. 불필요한 수수료를 없애겠다며 괜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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