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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라이언·톰 행크스, 그리고 달콤한 운명적 사랑

개봉 30주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엔딩 장면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촬영되었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단골 메뉴로 매년 TV 화면에서 팬들과 다시 만나는 클래식이 됐다. [TriStar Pictures]

‘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엔딩 장면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촬영되었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단골 메뉴로 매년 TV 화면에서 팬들과 다시 만나는 클래식이 됐다. [TriStar Pictures]

영화의 두 주인공 샘과 애니는 거의 스크린 타임을 공유하지 않는다. 각자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있던 두 배우 톰 행크스와맥 라이언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 에프런 감독은 두 배우와 함께 가장 가슴 따뜻한 중년의 진진한 로맨스를 만들어 낸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몰고 가는 주 동력은 라이언의 맛깔스러운 연기다. 여기에 행크스의 훈훈한 인간미와 아들 역 로스 말링어의 귀여움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사에 90년대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자리 잡는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은 기자로 활동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맥 라이언, 빌리 크리스탈)의 작가로,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애프런의두 번째 연출작이다. 1989년 오스카 각본상 후보작 ‘해리…’의 감독 롭 라이너가 샘의 친구로 등장하는 ‘시애틀…’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해리…’와 유사하다. 여주인공이 모두 기자이고 남자 주인공을 만나기 전 결혼하려던 남자와 헤어졌으며 남자 주인공들은 부인과 이별 후 전 부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가 암으로 사망하자 샘(톰 행크스)은 실의에 빠진다. 아들 조나와 함께 아내의 흔적이 베어 있는 곳 시카고를 잊기 위해 시애틀로 이사한다. 매일 밤 아내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샘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한 조나는 아빠를 재혼시키기로 결심하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새엄마를 찾는 사연을 편지로 보낸다.  
 


한편, 완벽한 남자 친구 월터(빌 풀먼)와 결혼을 앞둔 신문기자 애니(맥 라이언)는 가족들에게 그를 소개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조나의 애틋한 사연을 듣는다. 그리고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방송 후, 감동한 여성들로부터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샘에게 구혼의 편지들이 쇄도한다. 애니는 샘이 자신의 운명이라 느끼며 샘과 조나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향한다. 그러나 샘이 다른 여자(실은 샘의 여동생)를 만나는 걸로 오해하고 운명의 확신을 거두어들인다. 애니는 다시 월터에게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이미 샘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고 월터에게 작별을 고한다. 월터는 밸런타인데이에 약혼자에게 차이는 가장 운 없는 남자가 된다. 바로 그 순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외벽에 하트 모양의 네온사인이 떠오른다. 애니는 빌딩으로 달려가고 마침내 샘과 운명의 만남을 이룬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연인들처럼 너무도 자연스레 서로의 손을 잡는다.
 
‘시애틀’은 톰 행크스와맥 라이언이라는 흥행을 보장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였고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해 개봉을 한 점이 주효해 그해 흥행 순위 5위에 랭크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1위를 기록했던 해였다. 이 작품으로 만난 행크스와 라이언은 몇 년 뒤 에프런 감독의 ‘유브 갓 메일’에서 다시 커플로 출연한다.  
 
‘시애틀…’은 두 남녀 주인공이 썸을 타는 걸로 시작, 설렘과 밀당의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 멜로의 전형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라디오와 전화, 인터넷이 아닌 DOS, 시애틀과 뉴욕을 횡단하는 거리감이 오히려 낭만적인 감성으로 전달되던 시대, 다소 억지스럽기까지 한 스토리가 영화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신화가 되기까지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그래서 잠시라도 현실과 떨어져 있고 싶은 아날로그 감성이 관객의 마음에 감동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문화가 아직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기 전, 90년대의 모든 감성을 품고 있는 에프런의 감각적인 대사와 깔끔한 연출이 이루어낸, 로맨틱 코미디의 결정체였다.  
 
기자였으며 작가였고 3번의 이혼을 경험했던 에프론은 후일 인터뷰에서 “냉소주의자가 가장 로맨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기자라는 가장 이성적인 직업을 가진 애니가 월터를 버리고 샘을 선택한 것은 누가 생각해도 잘못된 판단이다. 그럼에도 애니는 샘을 향한 ‘영감’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 스스로 순수한 ‘로맨티스트’가 되어 진정한 사랑을 이루어 내고야 만다.  
 
‘시애틀…’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재회를 약속했던, 그러나 이루어지지 않았던 캐리 그랜트, 데보라 카 주연의 1957년작 ‘잊지 못할 사랑’(An Affair to Remember)의 오마주이다. 애니는 이 영화를 2번이나 봤다고 친구에게 얘기한다. “넌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게 아니야. 그저 영화 같은 사랑이 하고 싶은 거지.” 애니의 절친 벡키(로지 오도넬)의 말처럼 애니의 사랑은 망상이다. 애니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스토커(?)에 가깝다. 그러나 사랑에는 옳은 혹은 잘못된 판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알지 못한 채 행함이 사랑이다.  
 
영화가 끝남으로 시작되는 애니와 샘의 사랑, 그들의 앞날에 어떤 운명,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알지 못한 채 행한 애니의 사랑, 몇번의 엇갈림조차도 운명적이었던 그 사랑에 우리는 감동했고 그녀가 이룬 운명적인 사랑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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