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이민자, LA로 보냈다
텍사스 주지사 트위터로 공개
"LA가 스스로 피난처도시 선포"
배스 시장 "싸구려 정치행태"
이민자들은 강제이송 전날까지 행선지를 모른 채 버스에서 20시간 넘도록 배고픔을 참아야 했다. 캐런 배스 LA시장과 이민자 권익단체는 애보트 주지사가 정치적 입지를 위해 서류미비자를 이용한다며 개탄했다.
LA시장실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저녁 LA다운타운 유니언역에는 텍사스발 버스 1대가 멈춰섰다. 버스에는 두 살배기 포함, 어린이 8명 등 서류미비자 총 42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텍사스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버스에 태워졌고, 이곳까지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국적은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과테말라, 아이티 등이다.
애보트 주지사는 서류미비자 버스 강제이송 사실을 자랑처럼 공개했다. 그는 14일 오후 트위터에 “텍사스가 이민자를 버스에 태워 LA로 처음 보냈다”며 “국경을 맞댄 텍사스 작은 마을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강화 거부로 (이민자 수용이) 포화상태다. LA는 이민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도시이자 스스로 피난처(sanctuary city)라고 선포했다”는 글을 올렸다.
애보트 주지사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수용능력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류미비자 2만1600명으로 전국 각지로 보내고 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조성한 국경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 국경 도시들과 텍사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수비를 강화하는 임무를 수행할 때까지 필요한 조치를 지속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A 유니언역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권익단체 도움으로 차이나타운 세인트 앤서니 크로아티안 가톨릭 교회로 이동했다. 현재 이들은 건강검진, 상담지원 등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권익단체는 텍사스주의 서류미비자 이송 소식을 듣고, 버스가 도착하기 전 대비책을 세웠다고 한다.
인도적 이민자 권리를 위한 연맹(CHIRLA) 등 권익단체는 애보트 주지사에게 “정치적 곡예(political stunt)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권익단체는 LA로 보내진 42명 중 일부는 난민인정 등 이민수속 과정을 밟던 중 강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린지 토크지로스키 이민자변호센터(IDLC) 디렉터는 “난민지위 인정 등 가장 중요한 절차를 진행하던 사람들을 아무런 안내 없이 버스에 타게 했다. 정치적 곡예의 잔인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출장 중인 배스 시장도 애보트 주지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 선출직 정치인이 인간(human being)을 자신의 싸구려 정치판 게임의 말(pawn)처럼 이용한 모습이 혐오스럽다”며 “이번 일로 우리는 위협받지 않는다. 경찰국, 소방국, 기타 유관기관,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버스가 도착하기 전 응급상황 관리에 나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LA시의회는 이민자를 위한 공식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for immigrants) 조례안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플로리다주 론 디샌티스 지사는 서류미비 이민자 16명을 비행기에 태워 새크라멘토에 보내기도 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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