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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이 오는 소리

이기희

이기희

행복은 느낌으로 온다. 속삭이듯 다가온다. 떠벌리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다정한 벗의 편지를 읽을 때처럼 작은 울림으로 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오는 그 황홀한 떨림으로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 놓는다. 행복은 형체가 없어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지만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처럼 향기로 다가온다. 행복은 수채화다. 유화나 아크릭처럼 덧칠하지 않는다. 물안개 피어오르듯 가슴 깊은 곳에서 번지는 청명하고 부드러운 감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물질적 풍요나 외부적 성취에 몰두하지 않고 내적인 균형과 삶의 가치를 중시한다.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찿는 개념이다. 과도한 열정과 냉정함, 소비와 절약의 부재, 과도한 업무를 피하고 휴식을 갖는 균형과 조화를 찿는 것을 중용으로 간주한다.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자기 개발과 윤리적 행위인 공동체 참여 등을 소중한 가치로 제시한다.
 
어떤 위대한 철학자도 행복을 설명하기 힘들다. 행복은 나 홀로 느끼는 진솔한 감정의 유희다. ‘재미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일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재미는 잠시 느끼는 행복이다. 영속성이 없다. 재미는 순간적인 유혹이다. 재미는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게임이나 도박을 할 때의 재미는 흥분되고 순간적이며 게임이 끝나면 놓쳐버린 허무의 신발을 뒤지듯 비참해 진다.    
 
반 고흐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힌다. 불행해 보이지만 행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최상의 삶을 산 사람이다. ‘신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서신처럼 반 고흐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 화가였다’(반 고흐 평전 제목). 예술이던 사랑이던 무엇이든 간에 목숨 바쳐 추구할 목표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신의 영혼을 바친 ’별이 빛나는 밤’은 ‘낮의 위선’을 가리고 신비로운 ‘밤의 진실’을 보게 한다.  
 
행복은 타인의 눈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남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불행의 수레바퀴에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사는 자가 있다.  
 
간극은 틈새다. 추구하는 삶과 지금 당면한 삶, 원하는 것과 가진 것의 간극을 줄이면 행복해진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 하루 아침에 몽땅 바꿀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것들, 추구하는 삶과 갈망하는 것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언덕 너머 불어오는 고향 마을의 봄바람처럼 가슴 뿌듯해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나 사이, 타인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바라는 것과 의미 없는 것들, 사랑과 사랑이 떠나간 추억의 간극을 줄이고 그 차이를 극복하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뜬구름 잡는 몽상이 아니라 숨쉬고 만지는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행위로 가능한 심리작용이다.  
 
100세 철학자는 젊었을 땐 즐거움이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성실한 가치 판단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나의 참모습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타인은 속여도 나를 속이기는 힘들다. 눈치 보며 경쟁과 물욕으로 불행의 늪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원하는 모습대로 살면 행복이 다가온다. 비교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행복이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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