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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서 수강했다고 대학서 좋은 성적 장담 못해

[AP 미적분의 모든 것]
대입에 '유리' 인식 덕분에 증가세
저소득층 수강 어려워 문제로 지적
교육전문가들은 '이점' 여부 엇갈려

몇 년전 한국에서 미국 고교과정에 미적분(Calculus)이 없다고 가르치지 말자는 얘기가 돈 적이 있다. 미국의 실상을 잘 몰랐던 것같다. 실제로는 트랙이 빠른 과정에서는 레귤러 캘큘러스, AP 캘큘러스 과목으로 미적분학을 배울 수 있다.  미국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선택하면 입학에 유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미국 고교생들은 항상 동일한 조언을 들어야 했다. 다름 아닌 가능한 수준 높은 과목을 수강하라는 것이다. 성적표에 나타난 지원자의 수강 이력을 보면서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수학능력을 파악하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유다. 그래서 성적표에 들어 있는 AP미적분 과목은 학업 성취도의 기준이나 척도처럼 여겨지게 됐다.  

 
대입과는 무관하게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듣는 것이 대학 수학 수업에서 꼭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고교와 대학의 미적분학의 역할과 상관관계를 다룬 2016년 보고서에서 고교 과정에서 AP수업 등을 통해서 미적분학을 통과한 학생의 30%가 대학 미적분학 과목에서 C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적분학의 필수 과목으로 불리는 알지브라(대수), 지오메트리(기하) 및 트라이고너메트리(삼각법)를 숙달하는 것이 오히려 고교에서 미적분학 수업을 수강한 것보다 나중에 대학 미적분학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데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대학생도 버거워하는 수업임에도 매년 수십만 명의 고교생이 미적분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문가들은 수강생들이 대입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우위로 차별화할 수 있기에 미적분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수강생의 폭발적 증가

 
AP미적분의 대표 과목인 AP캘큘러스AB(Advanced Placement Calculus AB)는 1955년에 도입된 최초의 AP시험 중 하나로 미국 학생들이 설령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교만 졸업했더라도 수학 및 과학 관련 직업에 대해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수학자 및 과학자들은 미적분학을 사용하여 모델을 구성해 박테리아의 성장률에서 다리의 구조적 무결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적분학은 매년 3만 명의 공립 고교생만이 수강했는데 AP과목으로 대학 수준의 수업으로 인정됐다. 오늘날에는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늘어 80만 명이 수강한다. 그럼에도 현재 공학, 물리학 또는 수학 학사 학위를 갖고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의 숫자는 8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어 AP미적분의 수강과 대학 전공과 큰 관계가 있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고교에서 미적분학의 폭발적인 증가는 대학에 지원할 때 지원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성적표에 해당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믿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이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수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AP 미적분학을 수강한 럿거스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대학 지원서를 좋아 보이게 하려고 수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믿은 덕분에 학생들의 능력과 준비 정도와 무관하게 미적분학을 배우게 됐고 많은 학생이 내키지 않았을지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흑인 및 라틴계 학생과 저소득 가정의 학생이 고교에서 미적분학 수업을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져 형평성에 대한 우려도 또한 제기됐다.  
 
▶AP 미적분 접근성

 
다시 한번 강조되지만 많은 학생에게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듣는 것은 필수 사항이 아니다. 연방 교육부의 2015-16 민권 자료(Civil Rights Data Collection)에 따르면 흑인 및 라틴계 등록률이 75% 이상인 공립 고교의 38%만이 미적분학을 제공했다. 백인 고교생은 흑인 학생보다2배 이상 높은 미적분학을 선택한다. 경제적 격차도 있다. 사회 경제적 지위 상위 4분위의 고교생 중 38%가 미적분학을 수강하는 반면 하위 4분위 학생의 7%만이 수강했다.  
 
미적분학을 제공하는 많은 학교에서 해당 과정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종종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학생에게 미적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2019년 댈라스 교육구는 텍사스주 시험에 합격한 중학생을 우등 수학 과정에 자동으로 배치하는 우등 수업에 대한 선택 배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히스패닉, 흑인, 영어 미숙자를 포함한 그룹이 미적분과 같은 고급 수학 과정의 필수과목인 알지브라I을 8학년까지 수강하려는 학생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대입에 도움 되나

 
AP미적분이 대입에 도움이 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다만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정답을 추측할 수 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한 2년제 공립 고교인 노스캐럴라이나 스쿨(North Carolina School of Science and Mathematics)에서는 대부분 학생이 수학과학분야인STEM 분야에서 이력을 쌓기 위해 AP미적분학을 수강하고 있다. 이는 과목에 대한 열정 때문에 AP 미적분학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적분학을 공부하는 것이 그들의 전공/직업 목표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AP 과정이 내신성적인GPA 기여도가 더 높기 때문에 GPA를 높이려는 이유로, 대입에 도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적분학은 대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중 하나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강을 선택한다. 그러면 명문대의 현황을 살펴보면, 캘텍, MIT, 하비 머드 칼리지 같은 STEM을 중시하는 대학을 제외하고는 미적분학이 대학의 필수 요건이 아니다. 심지어 하버드와 시카고대는 입학정보 웹사이트에 미적분학이 입학에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6년에 UC는 입학 과정에서 미적분의 역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미적분을 포함한 단일 과정이 입학 결정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입학 사정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학 사정관의 53%가 미적분학이 지원자들에게 입학에서 우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해석이 그래서 갈린다. AP미적분학이 유리하다는 의견은 53%로 절반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라도 고교 카운슬러들은 학생들에게 미적분학을 수강하라고 조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47%는 다른 수업을 들으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누구도 학생들에게 미적분학 수강을 하라 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학을 전공하거나 고급 경제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고교에서 미적분학을 들을 수 있으면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많은 학생에게 통계 또는 선형 대수와 같은 대안 과정은 미적분보다 미래의 직업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 이미 뉴저지와 오하이오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미적분에 몰려 있는 수학 과정을 개선 시키기 위해서 고교 데이터 과학 수업을 시범 실시하거나 K-12 수학 표준에 통합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러한 대체 수학 경로가 미적분 만큼 중요한 가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계는 있다. 한 설문 조사에서 대입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급 수학 과정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입학 전문가들을 AP캘큘러스, 레귤러 캘큘러스, 프리 캘큘러스를 통계학보다 먼저 꼽아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렇게  미적분학의 대안이 있지만 이것이 더 쉬운 것으로 인식되면 이미 미적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실상의 대안 트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전공이나 직업에서 더 많이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미적분학에 대한 접근이 다른 과정을 무시할 정도로 몰리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관심에 의해 결정될 수 있으며 과정 사이에서 인지된 편견에 의해 결정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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