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현대·기아차 상대로 소송 제기
도난 방지 장치 ‘이모빌라이저’ 미설치
업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일” 지적
올 1~4월에만 뉴욕시에서 977건 도난 신고
6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시는 현대와 기아가 도난당하기 쉬운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공공 방해와 의무 태만을 저질렀다며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보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앞서 샌디에이고, 볼티모어, 클리블랜드, 밀워키, 시애틀 등이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간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USB 케이블과 드라이버만 사용해 현대·기아차를 훔치는 법을 알려주며 도둑질을 독려하는 영상이 퍼졌다. 현대·기아차 일부 모델에 엔진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가 없기 때문이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키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능으로, 1990년대 이후 대부분 자동차에 기본 장착됐다.
소장에서 뉴욕시는 현대·기아차가 2011∼2022년 차량 대부분에 도난 방지 장치 ’이모빌라이저‘를 설치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이는 업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한”(nearly unique) 일이라고 지적했다. 공통 도난 방지 기술을 앞세워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증대하려는 현대와 기아의 상업적 결정으로 인해 절도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는 차량 절도가 경찰에게 부담을 주고 공공 안전 및 응급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성명에서 “2021년 11월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표준화했으며 도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조처를 했다”고 밝혔고, 기아차는 즉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뉴욕시 경찰국은 현대차 도난 건수가 2021년 232대에서 지난해 415대로, 기아차는 2021년 119대에서 지난해 287대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1~4월에도 현대·기아차의 도난 건수는 977건이 신고되는 등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BMW, 포드, 혼다, 벤츠, 닛산, 도요타 차량 도난 신고는 올해 들어 감소했다고 뉴욕시는 설명했다.
앞서 올해 2월 현대·기아차는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미국 차량 830만 대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에는 차량 도난 피해자 집단 소송에서 2억 달러 규모의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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