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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주 한인 교회사’를 받아들고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발간된'미주 한인 교회사'는 많은 분이 수고하여 만들어낸 귀한 책이다. 참으로 책장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힘들고 어려웠던 이민 생활과 젊음의 과거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에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좀 더 일찍 만들지 못하였나? 50주년, 100주년에 만들었으면, 좀 더 귀한 많은 자료를 남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역사 학도는 아니다. 그러나 기록을 남기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귀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였다. 역사는 당 시대의 사람들이 남겨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산 기록이 되는 것이다. 후세의 사람들이 책상머리에서 기록한 것은 산 기록이 될 수 없다.  
 
그러면, 큰 비용을 들여 책을 출간해도 누가 사서 볼 것이며, 후세들이 설령 이 책들을 읽는다고 해도 어떤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 표현이기는 하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책이라는 것은 승자들의 자기 미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사를 전공한 후배가 나에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어느 기록이건 한 사람의 글이 아니라, 그 시대에 관한 360도 전방위 글들을 다 읽어 봐야 그 시대의 실상을 조금 파악할 수 있다. 당장,  “성경은 하나인데, 왜 그리 교파와 교단이 많이 생겨나는가?”하는 후세들의 질문에 기성세대가 올바른 대답을 할 줄 모르면, 그 교단과 그 교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한국과 이민 교회를 막론하고 교회의 강대상이 무너지고,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만이 아닌 기독교 전반의 문제이다. 우리가 이민 와서 목도한 대로, 미국 교회들이 당면 문제들을 깊이 있게 연구하지 못하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불현듯 그들과 같이 된 현실에 옳바른 해결책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성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성경도 밝은 면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축복과 은혜만을 강조하여 기록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어떻게 멀어져 가고 있는가 하는 인간의 죄악사인지도 모른다. 성경은 인간 영욕의 있는 그대로의 잘 잘못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여기에서 산 교훈을 얻고, 반성하고, 회개하여 바른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1960년대까지 LA 코리아타운은 버몬트와 후버 사이의 31가 길이었다. 당시 새로 온 유학생들은 버몬트와 베니스 인근의  침례교회(당시 김동명 목사 담임)에 많이 출석했다.  
 
이민 1세들은 독립운동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6·25 한국전쟁 때도 없는 살림에 많은 구호금과 구호품을 모아 본국에 보낸 사실도 기록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제퍼슨 장로교회에 계셨던 권희상 목사님은 목회만 하신 것이 아니다. 한국의 정부 관계자, 정치인, 교회 인사들이 미국에 올 때, 대부분이 LA에 있는 권 목사님 댁을 거쳐서 워싱턴DC와 뉴욕으로 갔다. 권 목사님은 또 한인사회의 정부 관련 일을 도맡아 하셨다.
 
많은 분이 수고해 책을 만든 일에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더 많은 자료를 발굴해 개정판 발간도 추진하기를 바란다.  교회에는 목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민 생활에도 교회에 헌신하고 헌금을 한 많은 교인과 집사님들, 권사, 장로님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교회가 설립, 유지되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민 초기 교회는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도 했다. 교회에 나와야 한국 사람을 볼 수 있고, 한국말을 할 수 있고, 한국 음식도 맛보고, 고국의 소식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102명의 이민자로 시작된 한인 이민역사가 120년이 됐다. 초기 십 수개에 불과했던 한인 교회가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숫자로 증가했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후세들에게 어떤 유산과 교훈을 남기며, 교회의 발전을 위해 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할 것인가도 진지하게 생각하여 주기 바란다. 우리의 역사와 미래가 바로 그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이민사회를 이루어낸 옛 어른들의 애국애족 정신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교회를 사랑하며, 하나님을 섬긴 그들의 위대한 믿음을 회상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주영세 / 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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