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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섬진강 매화등걸

두꺼운 껍질로 감싸는 달뜨는 숨결.
 
아린 가슴을 휘도는  
 
화개장 육자배기 가락 따라
 
섬진강물은 무심하게 옷고름을 풀고
 
 
 
총구멍을 피하지 못한 목숨들을  
 
쓸어안은 지리산 골짜기
 
연곡사 운판 소리에 마음 달래다
 
단풍 질 때마다  
 
한 번씩 불을 뿜는 속앓이를 한단다
 
 
 
철없이 헤실거리면 못쓴다
 
목질 안의 해묵은 침묵에 귀 기울이라고
 
맑은 빛으로 속을 다지라고 어른다
 
여린 봉오리 첫 상면에 천지사방은  
 
우는 듯 웃는 듯 맞이할 것이니라

권정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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