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정치의 계절, 소환 잦아진 ‘수정헌법 1조’
수정헌법 1조 내용 중에도 유독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기업 대 공화당 장악 주 정부’라는 다툼의 구도도 특징이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랜드는 지난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을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시작됐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회가 이른바 ‘부모 교육 권리법’을 통과시킨 게 발단이었다. 이 법은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불똥이 디즈니로 튀었다. 평소 다양성을 강조해 온 디즈니의 슬로건에 반하는 법이 통과됐는데 가만있으면 되겠느냐는 압력이 쏟아졌다.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라는 점이 작용한 듯하다. 이에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부모 교육 권리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출마에 뜻이 있던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판을 키웠다. 그는 즉시 수십년간 디즈니 측에 제공하던 자치권 혜택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옆에 교도소를 세울 수 있다는 엄포까지 놨다.
하지만 당하고 있을 디즈니가 아니었다. 디즈니에 우호적이던 자치권 감독위원회와의 발빠른 계약으로 디샌티스 주지사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주 정부 권한을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한 보복에 악용하고 있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디샌티스 주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디즈니 측의 제소 며칠 후 디즈니와 자치권 감독위의 계약은 무효라며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동영상 공유 소셜 플랫품 기업 ‘틱톡(TikTok)’도 몬태나 주정부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몬태나 주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민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짧은 동영상 중심의 틱톡은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도 몬태나주가 규제에 나선 것은 틱톡이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다. 틱톡 측이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유타,메릴랜드,사이스다코타 등은 주 정부 기기에서의 틱톡 사용을 금지한 정도인데 반해 몬태나는 몇 걸음 앞서간 셈이다. 틱톡 측은 사용자 보호와 근거 없는 주장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지금과 같은 갈등관계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연방 법원이 두 가지 소송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표현의 자유’ 범주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수도, 아니면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의 주장처럼 법 위에 존재하는 기업은 없다. 아무리 영향력이 큰 기업이라도 위법 사항이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디즈니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틱톡이 중국 기업이라는 것이 위법 사항은 아니다.
미국 사회가 빈부격차 만큼이나 정치적 양극화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진보를 넘어선 급진적 주장이, 보수를 지나친 극우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부딪히고 있다. 아마 이런 현상은 내년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벌어질 듯하다. 극렬 지지층에 기대려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국민의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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