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6개를 기증한 자연보호의 전설
와일드 라이프(Wild Life)
멀리 칠레의 파타고니아에 가 있던 한 남자가 던진 제안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한 그는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와 이스프릿(Esprit)의 설립자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였다. 곧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Tompkins Conservation’이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칠레 정부로부터 파타고니아 일대의 광활한 산지를 사들인다.
부부는 자신들의 사유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은 후 다시 칠레 정부에 기증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크고 넓은 사유지(1400만 에이커) 기증자가 된다.
다큐멘터리 ‘와일드 라이프’는 굴지의 아웃도어 기업을 성공시킨 두 남녀가, 은퇴 후 여생을 환경보호에 바친 감동적 인생 스토리이다. 2015년 더그 톰킨스가 카약 사고로 사망했을 때, 크리스 여사의 몸과 마음은 산산조각 나듯 부서졌다. 그러나 톰킨스 여사의 자연보호 운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더그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의 그림자가 되어 내 곁에 있다는 걸 깨닫고 다시 그의 정신을 살리기 무엇이든 해야 했다.”
톰킨스 여사는 이후 더 많은 땅을 확보하고 퓨마와 재규어와 같은 야생동물을 파타고니아에 풀어 놓는 작업을 활발히 벌였다. 그녀는 2018년 칠레 정부에 5개의 국립공원 부지를 추가로 양도한다.
톰킨스 부부는 아웃도어 레저를 자연보호 운동으로 끌어올린 선구자들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과 공기가 오염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환경에 관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오늘날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대부분의 국립공원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톰킨스 부부의 유산들이며 그들이 주도한 자연보호 운동의 값진 결과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래서 출발지는 있어도 종착지는 없다는 파타고니아!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닫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파타고니아는 톰킨스 여사에게 참으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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