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기억의 늪에 누운 오월
기억은 가지로 숨을 쉬는 나무입니다그림자는 있고 몸이 없는 나무
비와 함께 젖고 바람과 함께 휘청이고 꽃잎 같은
순간들까지 멈춰선 가장 가까운 그 먼 가슴속 거리
다 주고도 또 찾아 어찌할까를 살피는 나무는
맨몸으로도 쓰린 겨울을 지키는 나무입니다
손등에서 뭉개지던 하루들이 켜켜이 차곡한데
모진 아픔을 딛고 짠하게 따라 오른 새끼 가지의 매듭도
낯선 눈물의 자리에 낯선 덧줄을 긋고 있었습니다
이슬 머금은 계절의 멍에입니다
잊히지 않은 것들만 멀어져간 것은 없습니다
질컥질컥 씹히는 기억의 수중으로
등 굽은 달이 뜨다가 가슴 패인 달이 뜨다가
초승도 그믐도 바람 잦아 함께 휘는 밤입니다
강물 소리를 듣습니다
눌릴 때마다 멍이 들던 꽃잎이 내립니다
아주 따뜻한 철에 꽃잎 곁 바람도 흰 눈으로 내립니다
돌이 된 이유와 꽃잎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아무도 누구도 모른다고 하고 싶지 않은 그 한 모퉁이엔
어린 날은 없었고 오월은 매 끝이었습니다
시험지만 도사리던 오월 그것이 몹시도 아프다는
오월입니다 나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리했습니다
엄마는 그리하면 아니 되었습니다
멍이든 회초리 자국이 되돌아와
썰물 같은 나의 시간을 옥죄이다가 그런 날의 오월처럼
맴돌고 갈 때가 아직 내 안에서 늪입니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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