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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약돌 인생

우리 집의 애지중지 주먹만 한 조약돌
 
매끈하고 묵직한 사랑의 조약돌
 
레드우드 강에서 닳고 닳은 너를  
 
검은색이 예뻐서 주어 왔지요  
 
 
 
나는 너를 보면서
 
너의 장구한 세월을 느끼고  
 
너의 역사를 보며
 
그래서 너와 나의 삶을 반추도 하지요  
 
 
 
험한 돌산의 한 모퉁이었던 너는
 
몇백 년  
 
몇 천 년을
 
뜨거운 햇볕과  
 
모진 비바람에 시달리다가
 
돌산은 갈라져 바위가 되고
 
바위는 다시 갈라져
 
모난 돌이 되었을 텐데
 
 
 
모난 돌이 된 너는 어떻게
 
폭풍우와 비바람에 휩쓸리다가
 
거친 강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저 자갈과 모래들에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시달렸기에
 
이토록 매끈한  
 
조약돌이 되었는가
 
 
 
모난 돌이 정 맞듯
 
거친 돌이 더 시달리지
 
너는 시달리는 게 아프고 싫어서  
 
둥글게 되었나
 
둥글게 살자고
 
둥글게 되었나
 
 
 
나도
 
너와같이
 
둥글게 살련다
 
모난 것은 교만이요
 
둥근 것은 겸손이라
 
 
 
너보다도 더 모났던 내가
 
너보다도 더 둥글게 되었는데
 
나는 장구한 세월 동안
 
햇볕도 필요 없고  
 
비바람도 필요 없고
 
거친 강물에 시달릴 필요도 없이
 
한순간에
 
둥글게 되었단다
 
 
 
나는 단 한 번의 고난과 역경으로
 
이렇게도 둥글게  
 
겸손의 조약돌로 되었단다
 
그러나
 
그 한 번의 고난과 역경은
 
너의 세월만큼이나
 
몹시도 쓰리고도 힘든 고통이었단다
 
 
 
이제 나는
 
나의 이 둥근 삶을
 
너와 같은 조약돌의 삶을
 
나의 영원을 위해
 
영원한 겸손을 위해 살리라

이창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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