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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 인생의 황혼기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내일을 위하여 걷는 길이었는데
 
즐거운 발길을 멈추게 한, 저것
 
 
 
지퍼 백에 담겨 있는 저것은 돈이다
 
사등분으로 접혀 있고 가운데는 둥근 도장도 있다
 
왼쪽엔 20이란 숫자도 보인다
 
흐릿한 내 눈이 발견한 것
 
링컨 대통령이 없으면 일전 앞에 절하지 말라 했는데
 
이건 이십불이다. 누가 흘렸을까
 
와우~ 망설이지도 않고 집어 들었다
 
 
 
지퍼 백을 열었다
 
착착 접힌 ‘독도 관광’ 광고지
 
돈의 환상, 씁쓸한 내 인생의 황혼기 흐릿한 눈
 
늙음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뽀얀 하늘 저 붉은 노을 바라보며, 괜찮아 위로하면서
 
오늘도 난 씩씩하게 걷고 있다
 
힘이 빠질 땐
 
터벅터벅 걸었지.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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