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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산림 갈아엎어 농지 만드는 중국

1998년 여름 중국에 100년 만의 대홍수가 닥쳤다. 수해 현장으로 달려간 총리 주룽지는 물마루가 넘실대는 제방에 올라 “캉훙(抗洪, 홍수를 이기자)”을 외쳤다. 비를 맞아 후줄근한 반소매 차림의 총리가 캉훙을 소리치며 장강(長江)에 흩뿌린 눈물은 중국 인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너지는 제방을 인간사슬로 만들어 지켰다. 그러나 피해는 컸다. 3000여 사망자에 1500만 수재민이 발생했다.
 
뭐가 문제였나. 억수로 쏟아진 비는 분명 천재(天災)였지만 엄청난 사상자 배후엔 인재(人災)가 있었다. 원래 하천 양옆으론 너른 유수지(遊水池)가 있는데 사람들이 마구 들어가 밭을 일구는 등 어느 사이에 생활의 터전이 됐다. 홍수가 나자 많은 인명 피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그래서 나온 게 ‘퇴경환림(退耕還林)’ 정책이다. 농지를 물려 다시 숲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한데 20년 넘게 잘 진행되던 퇴경환림 정책이 최근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식량안보 문제가 대두하면서 숲을 갈아 농지로 만드는 ‘퇴림환경(退林還耕)’ 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각 지방 정부에 농지를 철저하게 보호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동안의 퇴경환림 정책에도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경작지는 꾸준히 줄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중국의 농지는 1억1300만무(畝, 1무는 약 200평)가 사라져 현재 19억1800만무 정도다. 중국의 목표는 농지 18억무 사수로 한해 6억 5000만톤 이상의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인데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경작지 확보를 ‘정치 임무’라 규정하고 100억 위안(약 1조9300억원)을 농가에 뿌려 농지 개간을 독려 중이다.
 


그러나 문제가 터지고 있다. 큰돈을 들여 애써 일군 산림과 녹지가 훼손되고 있다. 쓰촨성 청두(成都)는 400억 위안을 들여 도심 외곽 순환도로 주변에 조성하던 녹지를 갈아 엎어 농지로 만든 뒤 밀 등 농작물을 심었다. 또 완공을 앞둔 공원을 철거하고 농지로 바꿔 주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성을 이용해 농지가 제대로 활용되는지도 감시하고 있다.
 
식량안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의 모습은 여러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 8년 동안 연속으로 목표치 이상의 식량을 생산했는데도 비상조치를 취한다는 건 행여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점에서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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