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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은행 불안에 '연준'이 원망스러운 사람들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이제 은행 업계의 위기는 끝났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난 1일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파산한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인수를 발표한 직후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일부 작은 은행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한 달 전만 해도 다이먼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지난달 초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시작된)은행 업계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지만 파장이 수년간 지속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이먼 회장이 한 달 사이에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위험에 빠질 리저널 뱅크가 더는 없을 것이고, 종·소형 은행들의 1분기 실적도 양호했다는 것에 주목한 듯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예상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몇몇 은행이 ‘다음 순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4일 증시에서 자산 400억 달러 규모의 팩웨스턴 은행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그런가 하면 자산 600억~800억 달러대 일부 은행의 주가도 30% 넘게 떨어졌다. 팩웨스턴 측은 주가가 폭락하자 대출자산 매각 추진 등 긴급 처방에 나섰고 예금인출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모습이다.  다이먼 회장의 우려가 우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산한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3년 문을 연 SVB는 2019년 710억 달러이던 자산 규모가 2020년 1150억 달러, 2021년에는 2110억 달러로 급증했다. 1년 새 자산 규모가 무려 83%나 커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뭉칫돈들이 예금으로 유입된 덕이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도 비슷하다. 2019년 1160억 달러 수준이던 자산이 2020년 1420억 달러로, 2021년에는 1810억 달러, 그리고 2022년 말에는 2120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자들의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다.  
 
문제는 덩치는 키웠는데 ‘기준금리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사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수익성은 좋아진다. 그런데 워낙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자금 운용을 위해 했던 채권투자에서 빨간불이 커졌다. 이들 은행의 경영진은 충분히 금리 인상이 예견된 상황에서도 헤징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금융감독 기관의 허술한 감사와 함께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 파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한인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한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성장 위주의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찾기보다는 단기적인 실적 올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만약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거리 경주에는 덩치보다 체력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은행 불안’이 금융 소비자들에 미칠 영향이다. 앞으로 은행감독기관의 은행 감독 강화와 이에 따른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는  뻔해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에서 돈 빌리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 증가 등으로 가뜩이나 시장이 힘든 상황에서 재융자도 문제다. 저금리 당시 융자 이자율이 3~4%대였다면 지금의 재융자 이자율은 8~9%대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파산 은행 투자자들과 재융자가 필요한 건물주들은 ‘인플레와의 전쟁’에만 몰두하는 연준이 원망스러울 것 같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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