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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불안전한 남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나무도 예쁘게 키우려면 가끔 이발을 해주어야 한다. 팬데믹 때문에 뒤뜰의 나무를 3년 동안 내버려 두었다. 석류와 피들, 그리고 대추나무는 누가 먼저 지붕까지 올라가나 경주를 하고 있다. 집을 덮치기 전에 이 나무들을 다듬어 주어야 한다.  
 
나무 트리밍 회사를 고용하거나 내가 해야 한다. 몇 년 전 옆집에서 야자수 나무 한 그루 자르는 데 1000달러나 들었다는 기억이 난다. 빈둥빈둥 노는 나에게 할 일이 생겼다. 작전 계획을 세웠다.
 
우선 장비가 필요하다. 톱부터 장만해야 한다. 정원 용품 판매업소에서 톱이 달린 16자 막대기와 안전모를 사 왔다. 사다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은퇴 전 직장에서 사용하던 보호 안경도 준비했다.  
 
수요일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금요일의 쓰레기 수거 일을 겨냥했다. 사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자르니 식은 죽 먹기로 쉬웠다. 톱이 잘 들었다.  
 


석류와 피들 나무를 자르고 대추나무를 자를 차례다. 대추나무가 가장 굳고 단단했다. 톱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 나무는 자기 보호를 위해 송곳 같은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가시가 많은 윗가지를 무시하고 줄기를 잘랐다.
 
그런데 나무가 쓰러지면서 안전모와 보호 안경을 쓰고 있는 나를 덮쳤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었다. 피가 흘렀다. 얼른 집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눈 아래로 한일자로 3인치 가량이나 찢겼다. 응급치료하고 다시 나가보았다. 땅바닥에 안경알이 떨어져 있다. 만약 보호 안경이 아니었으면 나뭇가지에 왼쪽 눈을 다쳤을 수도 있었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나무는 우선 작은 가지를 친 다음 밑동을 자르는 것이 기본 안전 수칙이다. 어쩌다가 이 수칙을 어겼는가.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이 옳다. 나는 불안전한 사내이다. 평생 직업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이 같은 불안전한 행동을 하다니. 대장간 집에 식칼이 귀한 꼴이다.
 
그나마 안전모, 보호 안경 등의 보호 장비를 착용한 덕에 큰 상처나 실명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안전관리를 위한 기본 교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사람의 실수로 불안전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보호 장비가 이를 방어한다.  
 
혹시 직접 정원 나무 전정 작업을 고집하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안전모와 보호 안경, 또는 안면 보호대 (face shield)를 사용을 권장한다. 내 얼굴의 한일자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이 상처는 안전 보호 장비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교훈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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