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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읽기] 백악관에 간 한인 어린이 합창단

윤석열 대통령 환영 행사 참석
한·미 정상 앞에서 ‘아리랑’ 불러

백악관 근무 한인이 핵심 역할
한인사회 희망 보는 듯해 감동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지난 4월26일, 오전 9시가 좀 지나면서 백악관의 사우스론(South Lawn)은 미국을 국빈 방문한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파로 붐볐다. 이날 10시에 열린 공식 환영행사엔 7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VIP라인 안에도 취재 기자들과 한국에서 온 대통령 수행원, 경호원 등으로 북적였다.  
 
 백악관 본관의 2층 발코니 계단에는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차려입은 한인 어린이 합창단 50여명이 자리했다. 합창단은 양국 대통령 부부가 입장하기 직전에 아리랑과 뮤지컬 ‘애니’에 나오는 합창곡 ‘투모로우(tomorrow)’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노래가 끝나고 발코니 계단에서 내려온 합창단은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합창단원 40여명과 단장, 지휘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필자는 백악관 본관 중앙홀로 들어가 합창 준비를 했다. 중앙홀은 본관 발코니와 직접 연결된 로비다. 양국 대통령 부부는 발코니에서 환영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중앙홀로 들어오게 된다. 미국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이 중앙홀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합창단은 양국 정상 부부가 발코니 인사를 마치고 중앙홀로 들어오면 45초에서 1분간 아리랑을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백악관이 자랑하는 그랜드피아노 앞에 피아니스트가 앉았고 지휘자와 단장은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필자도 백악관 NSC(안보실) 직원과 함께 합창단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로비와 발코니가 연결된 문이 열림과 동시에 환상적인 화음의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복을 차려입은 합창단을 보자 놀란 듯 두 손을 얼굴에 대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질 바이든 여사도 놀라는 표정으로 손자뻘 되는 아이들 앞으로 다가섰다. 순간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는데 순식간에 경호원이 다가와 전화기를 빼앗았다.  
 
이 ‘1분 이벤트’는 행사 책임자의 아이디어였다. 1차 정상회담에 앞서 양 정상 내외는 VIP 티룸(Tea Room)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하기로 되어 있었고, 티 룸으로 이동하려면 1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 내외가 합창단 앞에서 멈춰 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따르던 윤 대통령 부부도 덩달아 멈췄다. 아리랑 노래가 끝나자 질 바이든 여사가 가장 먼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고 이어 바이든 대통령, 윤 대통령 부부도 함께 했다. 바이든 대통은 합창단 아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며 격려했고,질 바이든 여사도 아이들을 안아주는 등 흐뭇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바이든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러면 노래를 한 곡 더 들으시죠”라고 대통령께 권했다. 양국 정상 부부가 나란히 섰고 합창단은 야외행사장에서 불렀던 ‘투모로우’를 합창했다.  ‘1분 계획’이 이미 8분을 지나고 있었다. 대통령의 일정을 1분 단위로 챙겨야 하는 수행원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들에게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고 조금은 긴장이 풀린 아이들은 “대통령이요” “백악관이요”라고 답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너희들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구나.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한 학생이 “뉴저지에서 왔어요”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뉴저지 옆의 델라웨어에서 왔고, 내 아내는 뉴저지 출신”이라며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리고 “백악관에 또 와줄 수 있겠니?”라고 물었고 아이들은 “녜” 라고 응답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합창단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잡아주었고, 윤 대통령 부부도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황현주 단장에게 어느 학교냐고 물었고 황 단장은 “주말에만 한 번 수업하는 해리티지스쿨(뉴저지 한국학교) 학생들이고 모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백악관에 왔다”고 답했다. 대학 교수인 질 바이든 여사는 사무실에서 중간고사 채점을 하다가 여기로 내려왔다고 말했고 황 단장은 “행사를 위해 어제저녁 호텔에서 학부모들과 화상으로 학생들의 성적 면담을 했다”고 답했다. 교사 경력이 있는 질 바이든 여사는 황 단장의 손을 잡고 “교사는 정말로 중요한 직업”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황 단장에게 “작년 뉴욕에서 공연한 합창단이 맞지요?”라고 물었고 황 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 뉴저지 한국학교 합창단은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한 윤 대통령의  뉴욕 동포 환영행사에서 공연을 했었다) 1분으로 예정했던 시간은 벌써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수행직원이 행사를 마무리 지으려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합창단과 양국 정상 내외의 기념촬영 시간을 가졌다.    
 
당초 백악관은 이 잠깐의 행사를 비공개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너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행사 수 시간 후 각자 트위터를 통해 행사 내용을 공개했다.    
 
과거에도 백악관 고위직에 오른 한인들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한인들은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다. 본인들도 한인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맞아 백악관에 한인 어린이 합창단을 초청할 생각까지 한 것이다.  
 
이번 행사가 성사되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20대의 한인 백악관 직원은 이날 양복 안에 개량 한복 조끼를 입고 오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손님으로 오는 것이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씩씩한 한인 어린이들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의 희망이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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