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사람이 아닌 화물이 된 흑인 노예

콜럼버스가 1492년 발견한 신대륙이 유럽인에게는 축복의 땅이었을까? 표면적으로 그들은 금과 은을 찾아 나섰으며 식민촌으로부터 들여온 설탕, 담배 등으로 부호들의 기호를 자극하여 엄청난 부를 쌓았다. 이 과정에 수많은 원주민의 노동이 강제되었고 병이 옮겨져 주민들이 떼죽음하자, 이제 인간으로 차마 용서될 수 없는 흑인 노예제도를 합법화하므로 하나님이 내린 지구상 최상의 기름진 옥토와 신비로운 천혜의 미 대륙이 한때 최악의 인권 침해지로전락한 뒤 지금도 그 후유증이 여전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1619년 19명이 제임스타운에 첫발을 디딤으로 시작된 노예제도라는 ‘죄악의 불씨’는 들불처럼 번져 1860년 남북전쟁 직전 390만명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노예의 수가 백인 인구를 능가할 정도였다. 북미 대륙이 이처럼 흑인 노예로 범람한 직접적인 원인은 18세기 중엽 발원된 영국의 산업혁명이다. 종전까지 옷 하면 양모를 수작업한 실과 천이라면 이제 목화를 기계에 넣고 돌리면 따뜻하고 가벼운 면직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로 변천한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부르는 법! 이렇게 되자 지금껏 무주공산처럼 버려져 있던 신대륙이 목화재배 플랜테이션 용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신대륙은 땅만 있다. 그 땅을 개간하고 씨앗을 뿌린 뒤 거름을 주고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기계처럼 막 부릴 인력이 필요했다. 특히 목화는 7~8월 한낮 더위에 수확하는데 이때를 놓치면 건조된 솜이 낙하하여 상품가치를 상실한다. 또 아무리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목화지만 그 속에는 평균 20여개 정도의 씨가 박혀있는데 이 또한 일일이 발라내고 가공해야 하니 농장주 입장에서 면화산업은 ‘노예가 필요악’이라 강변할지 모르지만 사람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1793년 엘리 휘트니가 목화에서 씨를 빼내는 훌륭한 기계를 발명해 소요인력이 많이 줄었다 해도 욕심에 가속이 붙은 농장주들은 더 많은 땅에 면화를 심기 위해 노예선이나 노예시장을 찾거나 기웃거렸음은 불문가지다.
 
흔히 노예선을 가리켜 ‘지하 감옥’ 또는 ‘떠다니는 지옥’이라고 불렀다. 당시 흑인 노예들은 사람이 아닌 화물 취급을 받았는데 이는 마치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 땅에서 운용한 731부대가 생체실험 대상자를 가리켜 일본말로 껍질 벗긴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라칭한 것과 흡사하다.  
 
아무튼 노예선 선장들은 화물칸을 선창부터 사람이 누워 뒤척일 최소 공간인 50cm 간격의 7층 나무침상으로 개조한 뒤 맨 아래층부터 6명씩 사슬로 묶고 다시 옆의 두 사람씩 발에 족쇄를 채운 채 발가벗겨 지그재그로 눕혀 실었다. 이렇게 수개월 누운 채 용변이나 토사물을 해결한 뒤 본인 또는 타인의 배설물 위에 뒹굴다 보니뉴욕 주민들은 노예선 입항을 냄새를 통해 알았고 산소 부족은 촛불조차 견딜 수 없었다.
 
노예선은 대략 100~300톤 정도의 소형선박이었는데 수백명, 많게는 500명까지 노예를 태우다 보니 물과 식량을 실을 공간이 부족하여 식사는 하루 한 끼 강냉이 또는 조죽을 주걱에 묻혀 뿌려주었고 물은 한두 모금으로 때웠으니 탈수, 이질, 괴혈병 등으로 15~33% 정도의 치사율을 보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떠다니는 지옥선’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