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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도전자들

최청원 내과 의사

최청원 내과 의사

매주 나서는 하이킹은 자연 속에서 반갑게  만나는 동료들이 있어 더 정겹다. 매년 4월이 되면 산행 중 마주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러 그룹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해 산길과 사막, 그리고  눈이 쌓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 캐나다 국경까지 장장 2650마일을 걷게 된다.  
 
이들은 야영을 하며 3~6개월에 걸친 긴 여정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들의 무거운 배낭속에는 최소한의 식량과 일용품, 그리고 취침 도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식료품 보급소와 대피소를 거치며 휴식을 취하고 식량도 공급받는다고 한다. 이들이 참가비로 지불하는 비용은 일인당5000달러 가량이란다.  
 
그런데 매년 이맘때쯤 산행을 하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그들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움보다는 즐거움이 더 진하다. 주로 젊은 청년들이 많지만, 중년층도 있고 간혹 여성 참가자들도 만나게 된다.  
 
이들이 고행에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해 종종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그중에는 직장을 휴직하고 왔다는 사람,  학교에 휴학을 하고 도전에 나섰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에게  왜  즐거움과 경제적 욕망을 뒤로하고 이 힘든 일을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의 핵심은 비슷했다. 그것은 도전을 통해 얻게 될 자신감과 성취감이었다. 이 긴 여정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다진다면 앞으로 본인에게 닥칠 어떤 어려움이라도 늠름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자연과 접촉할 때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되고, 심리적으로는 큰 위안을 받고 사고도 더욱 명료해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적설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올겨울 유난히 많았던 눈과 비 때문이다. 이로 인해 더는 걸을 수가 없어 발걸음을 멈추고 대피소에서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는 전언이다.  눈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의에 따른 것이다.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며 결코 일정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인내심과 지구력도 대단하다.  
 
대문호인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거의 2만 피트의 높이로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산 정상 눈 속에서 얼어 죽은 표범 사체가 발견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표범이 눈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얻었는지, 어떻게 눈 덮인 산 정상까지 올라왔는지 작가조차 답을 해주지 않는다. 다만 이 표범의 강렬한 도전의식을  마음속으로 읽어본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러 참가자들의 경건한 삶의 자세에 필자도 많은 자극을 받는다. 그들의 도전의식이 꺾이지 않도록, 그리고 2650마일의 대장정을 무사히 끝내고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눈이 빨리 녹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어려운 대장정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격려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최청원/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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