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자는 올리고 혜택은 줄이는 카드 업체들
크레딧카드가 되려 금융관리를 어렵게 하고 과소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크레딧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금융 소비에 대한 물리적 체감이 어렵다. 반면 현금 사용은 심리적 작용으로 과소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크레딧카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 렌터카가 필요할 때 등 사용자의 책임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크레딧카드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혜택도 다양하다. 캐시백 또는 포인트 적립부터 연회비가 있기는 하지만 공항 라운지 이용, 우버 또는 여행 크레딧 등도 이에 해당한다.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매년 새로운 혜택의 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당연히 카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난 기부단체가 아니다.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바로 이자다. 금융정보 업체인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 기준 평균 크레딧카드 이자율(APR)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22%다. 이전 최고치인 1991년 7월의 19.00%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5%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5%포인트나 높다.
더 크 문제는 계속 불어나는 복리이자 시스템이다. 뱅크레이트의 계산에 따르면 5000달러의 금액을 최소 지불액(minimum payment)만 결제한다고 가정했을 때 20%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시 전액 상환까지 677개월, 이자로만 2만2126달러를 내야 한다.
APR이 오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있다. 현재 기준 금리는 4.75~5.00%에 이른다. 최근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폭이 둔화하는 등 인플레 완화 신호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금융권의 판단이다. 반면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크레딧카드 이자율도 동반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도 크레딧카드 사용은 증가세다. 근로자들의 급여 상승률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산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부익부는 아닐지라도 빈익빈 현상은 분명하다.
카드 대금 미납 증가와 높은 이자율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곳은 카드 업체들이다. 크레딧카드 업체 디스커버는 지난 1분기 순이자 수익이 예상치를 상회한 31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26.3%나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높은 금리와 늘어난 카드 사용액으로 배를 불렸지만 고객에 대한 혜택은 줄였다. 최상위급 여행용 크레딧카드라고 불리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플래티넘 카드는 2021년 연회비를 550달러에서 695달러로 145달러나 인상했다. 하지만 특별 공항 라운지 이용권인 PP(Priority Pass)에 추가 혜택인 레스토랑 크레딧은 없앴다. 전용 센추리온 라운지는 사람이 넘쳐 연간 7만5000달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동행자 1인당 50달러를 내야 한다. 동급카드인 캐피털원도 PP 레스토랑 크레딧을 최근 없앴다. 자동 가입되는 무료 여행자 보험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다며 연회비는 올렸지만, 혜택은 오히려 줄인 것이다.
이를 보면 지난해 개스값 폭등으로 폭리를 취한 정유사들의 사례가 떠오른다. 정유사 임원들은 급등한 수익 덕에 보너스까지 두둑이 챙겼다. 엑손의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급여가 52%나 올랐다. 정유사의 이런 횡포에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칼을 빼 들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정유사 폭리 처벌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크레딧카드 업체들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
서민들의 피와 땀은 외면한 채 수익만을 생각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우훈식 /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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