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흑인 청소년 난동을 지켜만 봤나'
"대응 재앙 수준" 지적에 시카고경찰 내사 착수
20일 시카고 경찰은 지난 주말 시카고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흑인 청소년 난동 사태에 소속 경찰관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확인을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사건 발생 당일 시카고 도심 공원 '밀레니엄 파크' 인근의 한 빌딩 앞에서 흑인 청소년 무리가 20대 백인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며 공분을 사고 "경찰이 폭력 현장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집단폭행을 목격하고 피해자 애슐리 크누드슨(20)을 도운 레노라 드니스(45)는 시카고 트리뷴에 "경찰관들이 현장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일부러 못 본 척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흑인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획한 '틴 테이크오버 오브 더 시티'(Teen Takeover of the city, 10대들의 도시 장악) 이벤트가 촉발한 대혼란 와중에 벌어졌다. 이들은 떼 지어 몰려다니며 기물을 훼손하고 불을 지르고 패로 갈려 싸우다가 총까지 쐈으며 운행 중인 차량 위에 올라가 춤을 추거나 차창을 깨고 운전자와 탑승객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전국적 관심을 모았고 특히 지역매체 'CWB 시카고'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던 크누드슨 집단폭행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전격 공개하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목격자 드니스는 크누드슨과 동행인(22)이 흑인 청소년 무리에게 주먹질 당하고 짓밟힐 당시 현장 인근을 오간 경찰관들의 '무반응'은 동영상에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드니스는 "집단폭행이 계속되고 있을 때 순찰차가 다가왔으나 그냥 지나쳐 갔다. 또 다른 목격자들이 911에 신고 전화를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5번째 순찰차가 또 그냥 지나가려 하길래 차 앞을 가로막고 서서 도움을 청했다. 경찰관은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핸들을 꺾어 피해갔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에서 열린 흑인 청소년들의 모임이 폭력으로 번진 사실을 상기하며 "경찰이 유사 사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 경찰 대응은 재앙 수준이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관들이 흑인 과잉 진압 논란에 휘말리거나 폭력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사태를 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경찰관 존 게리도는 "순찰차 한 대당 1~2명이 타고 있다. 이 경우 큰 그룹에 대응하지 말도록 하고 있다"며 "순찰차가 전복되거나 불이 붙거나 경찰관이 부상하는 걸로 결말이 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홉킨스 시카고 시의원은 경찰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강조하면서 "경찰 리더십 부재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당일 시카고 경찰의 전략은 청소년 무리와 직접 맞서지 않고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한 경찰 소식통은 사건 발생 시간이 토요일 밤이어서 도심에 경위 이상 간부급이 근무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추가 인력 배치 요청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주말 시카고 도심 밀레니엄파크와 도시 서부의 백화점 '노스리버사이드파크몰'에서 유사 청소년 모임이 또 계획돼있다며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