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벚꽃
꽃피는 4월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인노트르담 집시처럼 홀연히 나타나 매혹적인 춤을 춘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춤을 감상하지만
광장에 내려가 집시의 손을 잡을 생각은 없다
혼자 춤에 지쳤는가,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지 못한
집시는 머지않아자취 없이 사라져
1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흰옷을 입은 마녀는 지난 십여년 간 나를 유혹해 왔다
처음에는 예쁜 춤을 쫓아 나셨다가 금방 물러났다
그녀의 몸에서 나온 향기는 내 눈을 가리고
코를 막아 질식시키다시피 했다
그로부터 봄만 되면 마녀 집시를 피해
창을 꼭 닫고 다락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마녀는 지금도 나를 행해 요염하게
몸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나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집시는 틀림없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최복림 / 시인·롱아일랜드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