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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8년 전과 똑같은 임금 인상 요구 이유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코로나19 팬데믹 비상사태는 종료됐지만 아직 후유증은 남아 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도 그중 하나다. 팬데믹 기간 각종 지원금 명목으로 엄청난 규모의 돈이 풀리면서 물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지원금은 연방의회에서 승인된 것만 6조 달러에 달한다. 연방정부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각 주정부와 로컬정부들도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직원급여보호, 실업수당, 렌트비 지원 등으로 돈이 쏟아졌다. 오죽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피 바이러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초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자산 버불 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돈잔치’ 뒤에는 엄청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가가 8% 넘게 오르자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급격한 이자율 인상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곳곳에서 비명이 나왔다. 급기야 은행 파산 사태까지 벌어졌고 경제전문가들은 불경기 진입 시기를 전망하느라 바쁘다.  
 
경제에도 싸이클이 있지만 최근의 인플레 충격은 서민층이 가장 크게 받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임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물가 급등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수입 증가폭을 앞지르면서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한 탓도 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임금 인상’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 비싼 렌트비에 식료품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기본 생계조차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LA통합교육구(LAUSD) 직원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파업도 이런 이유였다. 이들의 상당수가 연 소득 3만 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직원도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임금 30% 인상 등으로 협상은 잘 마무리가 됐지만 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가주 의회에 의료 업계 종사자 임금 인상안이 상정됐다. 주 내 병원과 너싱홈 등 모든 의료 기관 직원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25달러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역시 인플레가 이유다. 팬데믹 기간 의료 업계 종사자들이 큰 역할을 했지만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50달러인 임금 수준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LA시의회도 나섰다. 호텔과 공항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자는 것이다. 지난 12일 상정된 조례안은 객실 60개 이상 호텔과 LA국제공항(LAX) 직원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2028년까지 30달러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우선 올해 25달러로 인상하고, 내년부터 LA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까지 매년 1달러씩 추가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현행 LA시의 시간당 최저 임금이 16.04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상 수준이다.  
 
 사실 LA에서 최저 임금이나 이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받아서는 살기가 어렵다. 가뜩이나 비싼 렌트비에 식료품 등 물가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정도다.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위해서라도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문제는 임금 상승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LA시는 교육구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기 위해 세금을 더 걷으려 할 것이고, 병원 등 의료 업계는 의료 수가 인상에 나설 것이 뻔하다.  호텔 업계 역시 객실료 인상으로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임금 인상의 효과는 반감된다.  
 
지난 2015년에도 LA시는 최저 임금 인상 논쟁으로 뜨거웠다. 시간당 9달러이던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근로자들은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고, 업주들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맞섰다.  
 
LA시의 최저 임금이 15달러를 넘어 16.04달러가 된 지금도 서민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의 임금 인상 문제가 2015년의 데자뷔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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