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서유럽)
융프라우철도는 '톱니바퀴 열차'로 통한다.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산악 지형에서 일반 레일은 얼거나 미끄러져 제대로 달릴 수 없지만 철로와 톱니로 깍지를 꽉 낀 톱니바퀴 열차는 날씨에 관계없이 알프스에 오를 수 있다. 오늘도 톱니바퀴 열차는 단단한 암벽을 깎아 뚫은 터널을 타고 정상을 향해 쉼없이 올라간다.
융프라우요흐는 기차역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목적지다. 전망대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상 연구소, 레스토랑, 초콜릿 공장, 기념품 가게, 얼음 궁전, 우체국, 스키와 썰매를 즐길 수 있는 파크까지 있다. 특히 산악인 2명이 1934년, 알프스에서 가장 길다는 알레취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 터널은 현재 얼음 조각을 포함, 여러 전시와 볼거리가 있는 얼음 궁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30초도 안 돼 융프라우요흐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스핑크스 테라스(Sphinx observation terrace, 1만1716피트)에 오를 수 있다. '톱 오브 유럽', 바야흐로 유럽의 정상에 당도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곳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내려다보는 알프스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알레취 빙하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 산악 지역과 독일 흑림까지 흰 강처럼 뻗어 있다.
융프라우는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3대 봉우리 중 형님뻘이지만, 이름에 담긴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처녀'다. 수줍음이 많은 처녀처럼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날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융프라우가 2001년,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란 사실이다. 산위의 날씨조차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의 매력이다.
궂은 날씨와 구름 속에서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백의 '얼음의 바다', 웅장하게 뻗은 기암 봉우리, 거울처럼 투명한 호수, 에메랄드빛으로 흐르는 계곡 등 융프라우를 가득 채운 천상의 자연은 어떠한 언어로도 설명 불가다. 대신 다리 떨리기 전에, 가슴이 떨릴 때 가서 보고 오감으로 느껴봐야 할 신비로움 그 자체다.
한편 팬데믹 동안 여행자들의 발길이 묶여있는 동안 융프라우 철도는 새로운 고속 곤돌라인 '아이거익스프레스'를 개통했다. 그린델발트와 아이거글렛쳐 사이를 15분 만에 주파하며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까지 이르는 전체 이동시간을 47분이나 단축시켰다. 총 26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곤돌라는 전체가 열선이 깔린 통유리창이어서 주변 경관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다. 1912년 융프라우철도 개통에 못지않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스위스 융프라우요흐를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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