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단순 싸움 기술 아니죠"
[리얼 시니어 스토리: 미 중부 태권도계 대부 박대진 사범]
도장 없이 50년간 보급
태권도 근본부터 가르쳐
스포츠 '종목'화 아쉬워
박대진 사범은 1973년 미시간주 앤아버로 입국해 1974년 대학에서 태권도를 처음 가르치기 시작해 올해로 50년이 됐다. 한국에서 태권도 국가 대표선수까지 했던 청도관 박 사범이라 그 과정이 매우 순탄했을 것같지만 실상은 달라, 첫 단추부터 쉽지 않았다. 30명으로 시작했는데 몇 번의 수업 끝에 모두 그만뒀다.
"처음에는 대련 기술을 가르치며 클래스를 시작했는데 두 달만에 중단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태권도는 싸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거든요."
실패를 거울삼아 무도에 초점을 두기 위해서 일부러 태권도장을 열지 않았다. 지금도 도장을 열어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박 사범은 다르게 접근했다. 처음부터 대학이나 YMCA, 각 시정부 문화부서를 통해 학생을 모으고 기존 시설을 이용했기에 오히려 여러 곳에서 클래스를 열 수 있었다. 수강료도 저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유단자 제자들이 사범으로 나서 수십 수백 곳에서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미시간을 비롯해 일리노이, 아이오와, 켄터키, 미주리, 뉴욕, 오하이오, 테네시, 텍사스, 와이오밍에서 수많은 제자들이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다. 도장을 연 제자는 딱 1명 뿐이다.
아울러 태권도를 단순히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무도를 나누다 보니 미국인 제자들과 존경과 존엄을 배우며 상호 교류하는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50년 태권도 보급을 통해 49년간 스승과 제자를 이어오고 있는 메디컬 행정가이며 그랜드매스터가 된 릭 워렌 9단을 비롯해 7~8단이 6명, 고단자로 분류되는 4단 이상은 73명, 유단자는 2000~3000명을 헤아린다. 그가 세운 월드클래스 태권도협회에 소속된 제자만 1600명에 달한다.
그는 "승단 시험에서 항상 바로 인격, 사람됨임을 강조했다"며 "아울러 각자의 소질과 자기 계발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오늘을 있게 했다"고 회상했다.
박 사범의 다른 접근법은 또한 사람을 남겼다. 그의 가족이 어려움 없이 미국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태권도를 가르쳤던 미국인 친구들 덕분이다. 제자들은 미국 물정을 모르는 박 사범을 위해서 아파트 건물을 살 수 있게 도와줬고 융자와 리모델링을 주선했으며 심지어는 경영도 함께 해줬다.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은퇴 즈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었고 50년 동안 태권도를 보급할 수 있었다. 수년 전에는 박 사범이 대표로 운영 중인 비영리자선단체에 100만달러짜리 기부를 해온 제자도 나왔다. 한국의 태권도 후배에게 장학 사업을 돕는 것은 물론, 그를 진심으로 존경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류 사회 인사들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는 아버지에게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 듯하다. 부인 박휘자씨와 박 사범 사이의 자녀 1남 2녀 중 웰즐리를 나온 막내 나나씨가 미시간 법대를 거쳐 연방 검사가 돼 워싱턴 DC에서 근무하고 있다. 큰 딸 나리씨도 NYU법대를 나와 연방 정부에서 일하고 있고 역시 태권도 유단자인 아들 원희씨도 하버드 학부와 경영대학원을 나와 IT회사를 창업해 순항 중이다.
"이제까지 특별히 후회할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 감사합니다. 태권도의 근본을 가르치고 강조하고 잊지 말라고 끊임없이 알려줬습니다. 기본이 튼튼하면 흔들림이 없습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하는 박 사범은 하루 3마일을 걷고 오늘도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팔순을 앞둔 박 사범에게 세 자녀에 대한 바람을 물어봤다. 첫째 최선을 다해라. 둘째 뭐든지 해라. 셋째 스스로 알아서 해라.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라. 다만 미국을 잘 알지 못해서 자녀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미국은 많이 다른데 미국에 대해서 더 잘 알아보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한인들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11월초에 월드클래스챔피언십 태권도 대회는 미시간 앤아버에서 열린다. 그는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되면서 메달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안타깝다"며 "스포츠 종목 이상의 의미와 위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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