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우리에게 특별한 부활절
우리에게 봄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쇠잔의 모습도 보인다. 사철 푸르던 솔잎이 봄에 많이 떨어진단다. 노인들도 추운 겨울을 잘 보내고 봄철에 많이 돌아가심을 자주 본다. 하지만 봄은 생명의 계절임이 분명하다. 사순절과 봄은 무관하지가 않은 것 같다.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희생되심을 묵상하는 때이다. 죄 중에 죽어있는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것이다.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에언 땅속의 새순이 돋아나고 죽어 보이던 나무에 새 생명이되살아나듯정녕 부활의 아침은 밝아온다. 새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이다. 그러기에 사순절은 더는 어둠침침한 그늘이 아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하여 몇 년 사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미움과 질투에서 사랑으로, 의혹에서 믿음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특별한 과월절을 예비하는 때라 생각된다.
부활, 아침, 밝다, 이 단어는 모두 희망과 환희와 약진을 풍긴다. 만상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봄에 주님의 부활절은 정녕 기쁨과 생명과 성장과 전진의 나팔 소리 처럼 심금을 울린다. 그래서 주님의 부활이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사건이다. 밝아온 부활의 새 아침은 땅속에 묻혀 있는 생명에게는 새 생명을 안겨 주고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광명과 희망의 세계로 인도한다.
옛날에 어느 성자가 있었다. 어느 날 성자가 제자들에게 “새벽이 밝아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제자 중 하나가 “동창이 밝아 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하고 대답하니 스승은 아니라고 했다. 또 다른 제자가 대답하기를 “창문을 열어보고 사물이 그 형체를 드러내고 나무도 꽃도 보이기 시작하면 알 수 있지요” 하고 대답하니 스승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스승께서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하고 묻자 스승께서 대답하기를 “너희가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았을 때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그때 비로소 새날이 밝아온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웃 사람들이 유난히 반갑고 사랑스러운 형제로 느껴지며 모든 이의 얼굴이 환희와 평화로 빛나는 것을 보면 부활의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친절과 봉사 그리고 사랑의 나눔은 부활의 특징이요 중심 사상이다. 부활은 희망과 희열과 승리의 극치이다. 예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목표이다. 교회 생활의 중심이며 그 신앙의 구현인 미사가 절정에 이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신앙 고백을 한다. “주께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주의 죽으심을 전하며 주의 부활하심을 굳세게 믿나이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교회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지 못했다면 사제의 설교도 헛되고 우리들의 신앙도 헛된 일이다. 부활의 기쁨은 하늘나라의 승리 외침이며 승전가이다. 새 생명으로 소생한 믿는 이들의 본연의 모습이다. 부활의 기쁨은 하느님의 축복받은 이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하는 마음의 절규이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 동면에서 소생을 죽음에서 새 생명을 기대한다. 주님은 암흑과 죄악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다.
우리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우리 인류의 죽음, 죄악, 그 모든 고뇌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게 되었고, 그의 부활은 인류에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생명, 구원, 희망의 길을 열어 놓았다. “나는 세상을 이겼노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예수님의 부활은 교회의 신앙이며 또한 우리들의 신앙이다. 부활하신 주님 앞에 고백해본다. 주님, 저는 나약하고 죄 많은 종이옵니다. 저는 42년 동안 주님을 섬겨왔건만 저는 아직 당신이 누구신지 알지 못합니다. 그처럼 골백번 죄의 용서를 받으면서도 죄에서 완전히 손을 씻지 못하고 있나이다. 그처럼 두터운 사랑과 신뢰를 받으면서도 당신의 사랑을 잊고 있나이다. 주님이 종의 어두운 눈을 밝혀주시어 당신을 바로 보게 하여 주시고 주님의 참뜻을 바로 깨닫게 하여 주소서. 죄악의 언짢은 실상을 똑바로 보게 하여 주시고 선행의 참가치로 마음을 향하게 하여 주소서. 무질서한 감정과 인정에 끌려다니지 말게 하여 주시고 진실만을 취하고 정의 만을 따르며 희생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단장하고 하루를 시작하듯 매일 아침 당신 앞에서 내 참모습을 바라보고 벗어야 할 허물과 씻어야 할 더러움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앞에 무릎 꿇고 머리로는 열심히 기도하면서 마음은 그와 반대로 행하는 자신을 보면서 갈등과 좌절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주님의 부활의 증인으로서 어떠한 고통과 시련 중에도 부활의 희망과 기쁨을 드러내고 선하고 정의롭게 살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코로나19팬데믹으로홍역을 치른 모든 한인 동포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화합할 수 있는 특별한 부활절이 되게 축복하여 주옵소서.
이번 부활절에 영세 받는 형제, 자매님들과 모든 이에게크리스천적 즐거움을 보여 줌으로써 부활의 신비를 깨달으며 다 같이 구원의 길로 매진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안용진 / 성 미카엘성당 전 사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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