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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난주간에 생각하는 내일

김효남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

김효남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

고난주간(Passion Week)이 품고 있는 생명의 의미를 좀 더 느끼길 갈급하다면 그 마음은 과한 욕심일까, 아니면 부족한 신앙심일까. 그 의미를 좀 더 알기 원한다면 오히려 지혜와 상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염려되어 보편적 메시지 그 이상을 찾지 아니하게 되는 것일까.  
 
올해는 고난과 고통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생명의 메시지, 즉 세족 목요일과 고난의 십자가 금요일 , 그리고 “죽은자 가운데” 토요일과 이어지는 부활주일 아침이 인류에게 전해주는 사랑과 축복을 겸손의 마음으로 부둥켜 안아보면 어떨까. 이번 고난주간에는 연례행사 그 이상의 메시지 듣기를 사모해보자.    
 
병원 환자 스피리추얼 케어를 위한 상담 라운딩을 하면서 배우는 바가 적지 않다. 외형상으론 환자에게 상담을 제공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환자는 나보다 먼저 가야 하는 그 길에 있을 뿐이란 생각에 도달하면 단순한 상담미팅이 아니다.  스피리추얼 케어 시간은 사람의 언어 그 너머의 소통을 갖게 하고, 상담 후 환자와 함께 나누는 간구는 반드시 수사학적이 아니어도 위로와 축복으로 이어진다.  
 
사실 상실의 슬픔 탓에 악화된 건강 문제는 자주 병상의 주제가 된다. 따라서 새로 경험하는 트라우마(trauma)의 고통과 의미 탐구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 과제를 풀어가며 환자가 배우게 되는 것은 상실 대처에 지식의 렌즈로 보는 것과 영적 렌즈로 보는 관점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수년 전, 완치율 5%의 진단을 받고 수개월간 병상 생활을 해야 했던 환자가 있었다. 긴 병상시간 동안 수차례 치료중단 위기도 있었지만 질병치료와 함께 영적 상실의 대처에 힘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환자가 퇴원하던 날, 축하와 놀라움으로 가득한 담당 의료팀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완치율이 낮아 작은 희망뿐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돌봐주신 것 감사드려요. 그리고 나와 가족의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왠지 퇴원할 만큼 치료가 될 것이란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올해는 한번 쯤 골고다에서 그 텅빈 돌무덤까지 천천히 마음으로 걸어 보자. 다른 길을 통해서라도 인류에게 죄사함과 내일의 소망을 줄 수 있었을 터인데 왜  그토록 극심한 고난을 통한 것인가.    
 
성서에서 내일의 생명에 관해 다시 천천히 읽는다.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복음서 기록자는 고난 후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에 대한 증인으로서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청중으로 내다 본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초대교회는 그 장엄한 “죽은자 가운데서의 생명”에 대한 신앙고백을 기록하였고 그 후 1500년이 넘도록 그 고백은 계속된다. “…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고.”    
 
이번 고난주간은 실존적이요 영적 갈급함으로 절절히 느껴보는 내일을 사모해보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 많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아픔이 그냥 허비되지 않도록 남은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소명으로 풍성해지는 계절을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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