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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느슨한 규제가 불러온 은행 불안

진성철 경제부 부장

진성철 경제부 부장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은행 3곳이 문을 닫으면서 금융 업계에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고 원래 부실이긴 했지만 스위스크레디트 은행까지 여파가 미치면서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가 됐다.  
 
문을 닫은 3곳 중 자진 청산한 실버게이트 은행은 암호화폐 전문 은행이었다. 이 은행의 파산 배경에는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몰락이 있다. FTX는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실을 덮으려 고객의 돈을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로 지난해 파산했다. 그 파장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이면서 실버게이트 은행에선 81억 달러의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은 특화 은행의 리스크를 심각하게 여겼고 한 매체는 그다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은행 3곳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게 바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었다. 실제로 SVB와 시그니처 은행은 문을 닫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대형은행들이 구제금 300억 달러를 긴급 수혈하면서 간신히 파산 위기를 넘겼다.  
 
 지난달 10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한 SVB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특화 은행이었다. 그런데 이 은행이 어렵다는 소식이 기업 메신저인 슬랙을 통해 전해지면서 불과 36시간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이 사라졌다. 단 기간에 뱅크런이 가능했던 이유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소문 확산과 디지털(스마트폰과 인터넷) 뱅킹이었다.
 


SVB 폐쇄 이틀만인 12일엔 뉴욕주 금융 당국이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을 결정하면서 금융권의 혼란이 더 커졌다. 시그니처 은행 역시 암호화폐 자산 비중이 높았고 10일 하루에만 100억 달러의 예금이 디지털 뱅킹으로 빠져나갔다.
 
파산 은행 3곳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달걀은 한 바구니에 집어넣지 말라’는 금융투자의 금언을 지키지 않고 한 가지 자산에 소위 ‘몰빵’을 했다는 점이다.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 은행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지 못해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다.  
 
SVB는 급증한 자산을 과반 넘게 장기국채와 주택담보증권에 투자했다.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스타트업의 유동성이 악화했다. 기업들은 예치했던 자금을 찾기 시작했고, 은행은 부족한 유동성을 국채 매도로 메웠다. 손해를 보면서 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금융 당국의 느슨한 규제 덕에 단기간 급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SVB는 4년 전 이미 은행 감독기관이 수차례 리스크에 대해 경고를 했음에도 되레 급성장했다. SVB는 2019년 리스크 관리 시스템 문제로, 2020년에도 위험 관리 문제를 지적받았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초기 예금이 몰리면서 2019년 약 700억 달러였던 자산 규모가 2021년 말에는 2090억 달러로 급증했다. 더욱이 SVB가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당국이 더 일찍 개입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은행 불안은 2008년의 금융 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2008년엔 서브프라임 사태와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감독 당국의 허술한 규제와 경영진의 미숙한 대처, SNS를 통한 공포감 확산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연방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 은행의 감독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도드-프랭크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는 이를 자산 2500억 달러 이상으로 완화했다.  
 
더욱이 금융권은 디지털 뱅킹과 암호자산 확대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은행 불안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증에 225억 달러를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금융 당국과 의회는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225억 달러를 쓰는 셈이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금융 불안의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진성철 / 경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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