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의 본능, 노대가의 힘찬 생명력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Warm Water Under a Red Bridge)
2001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붉은 다리 아래 따듯한 물’은 그의 유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감독 중 한 명으로 이마무라 감독을 꼽았고 그가 사랑하는 영화 5편 중 ‘복수는 나의 것’(1979)과 ‘붉은 살의’(1964) 두 편이 이마무라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마무라 감독의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본능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특색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재일교포, 건달, 범죄자, 박해받는 여성들 등 일본 사회 밑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하층민의 삶을 소재로 하는 그의 영화들은 일본 사회의 본질을 주제로 다루다 보니 표현 수위가 높다. ‘붉은 다리 아래 따듯한 물’도 그중 하나다.
실업자 요우스케(야쿠쇼 코지)는 직장을 구하던 중 스승 타로우를 찾아간다. 하지만 타로우는 이미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후였고 타로우와 함께 노숙 생활을 하던 겐이타로우가 훔친 금불상을 붉은 다리 옆집에 숨겨놓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내로부터 돈에 대한 독촉을 받자 요우스케는 불상이 숨겨진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묘령의 여인 사에코(시미즈 미사)를 만난다. 사에코와 요우스케는 곧바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동거에 들어간다. 요우스케는 사에코가 일정 기간이 되면 몸에 물이 차고 그 물은 오로지 섹스로 빼내야 하는 기이한 증세를 지닌 여인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섹스 코미디다. 제목의 따듯한 물이란 여인의 성적 상태를 의미한다. 출렁이는 강물, 흥겹고 젖을수록 따뜻해지는 여인 사에코일 터이다. 보고 나면 “노인네(이마무라 감독)가 주책이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로 엉뚱하다. 음담패설은 오히려 순진하게 들리고 섹스는 기묘한 우화로 표현된다. 그러나 종국에는 노대가의 활기찬 생명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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