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열 기자의 법정 스트레이트] "안전장치 없이 칼 진열해 중상 초래"
여승무원 타깃 손해배상 소송
원고 측 "칼 방치 잘못" 주장
칼의 위험가능성 여부가 쟁점
사건 당시 가해자인 홈리스가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타깃 매장 내 칼 판매 진열대에 배치돼 있던 ‘정육용 칼’이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과실(negligence)’ 혐의를 지적하면서 “타깃 측은 개방되고 접근 가능한 곳에 칼을 진열해 가해자가 칼을 집어 들 수 있게 했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부상 또는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조건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 원고 측 로버트 글라스먼 변호사는 “타깃 측은 사건 이후 칼을 진열장 안에 넣고 잠그는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가 피습 사건이 발생했던 LA다운타운 ‘피그앳세븐스(FIG at 7th)’의 타깃을 지난 30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칼들은 모두 자물쇠 등이 있는 진열장 안에 배치돼있었다.(사진)
이와 관련, 이미수 변호사는 “타깃 측에서 사건 이후에 칼을 진열장 안에 넣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실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배심원 재판이 이뤄지면 범행에 사용된 칼이 칼집에 넣어졌는지 아닌지를 비롯해 진열대 높이, 접근 편의성 등 칼에 대한 세부적 요인을 다루기 때문에 그 부분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명시하지 않은 채 배심원 재판을 요청한 상태다. 만약 양측이 재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은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쟁점들을 판단하게 된다.
김기준 변호사는 “원고 측은 타깃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칼이 초래한 위험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을 배심원단에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경비 요원이 가해자를 즉시 저지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점도 배심원단을 설득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고 전했다.
원고 측이 타깃은 물론 쇼핑몰 관리 회사 등을 상대로 주장하고 있는 ‘구내 책임(premises liability)’ 부분도 향후 재판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제이미 김 변호사는 “가주에서는 부동산 또는 건물 소유주에게 ‘구내 책임’ 법률에 따라 관리의 책임을 전가할 수는 있다”며 “이번 소송은 관리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반적 관리(ordinary care)’를 어떤 관점,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예비 조사 결과 피해자 송모씨가 피습당한 장소가 첫 번째 피해자(9세 소년)가 칼에 찔린 장소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점도 경비 업체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 쟁점이다.
당초 언론 등은 송씨가 소년을 보호하려다 피해를 본 것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즉, 첫 번째 피해자와 두 번째 피해자의 사건 장소가 다르다는 점은 범행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사이 경비원이 가해자를 제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글라스먼 변호사는 “가해자는 소년을 잔인하게 공격한 뒤 고객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데도 매장을 걸어 다녔다”며 “칼을 휘두르며 매장을 돌아다니는데 무장 경비원, 직원 등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송씨가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일단 법리적 해석보다 피해 금액 또는 손해배상액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할지가 관건”이라며 “일단 피해 사실 자체는 명확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두고 재판 전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시 송씨의 긴급 수송을 도왔던 USC 외상 전문 간호사 이모씨는 3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9세 아이를 보호하려다 다쳤다는 말은 송씨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다”라며 “당시 송씨는 사건 정황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나는 단지 사건 현장에서 전해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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