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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죽음 경험…이제 인권 변호사로 뛴다

[주말화제] ACLU 김우기 변호사
울트라 마라톤 중 쓰러져
3일 혼수상태·재활 거친 뒤
'현재의 삶 값지게' 깨달아
모두 내려놓고 인권에 투신

2020년 김우기 변호사가 100마일 구간을 달리는 ‘HURT 100’ 대회에서 완주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우기 변호사 인스타그램]

2020년 김우기 변호사가 100마일 구간을 달리는 ‘HURT 100’ 대회에서 완주한 뒤 환호하고 있다. [김우기 변호사 인스타그램]

산에서 달리던 중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한인 변호사가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산으로 향했다.
 
죽음과의 조우는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삶의 본질적 의미를 되찾게 해준 시발점이 됐다.
 
온라인 잡지 ‘트레일러너’는 30일 울트라 마라톤을 즐기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하와이 지부의 김우기 변호사가 다시 달리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울트라 마라톤은 일반 마라톤 경주 구간(약 26마일) 이상을 달리는 극한의 스포츠다.
 


김 변호사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것은 지난 2016년 7월이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버킷 리스트를 위해 콜로라도 엘크 산맥에서 친구들과 함께 울트라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사고는 1만 피트 이상 지대에서 세 번째 구간을 지나던 중에 발생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 기억은 지나가던 등산객에게 두통약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기억이 없었고 심지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급성 고산병인 고산 뇌부종(HACE)과 고산 폐부종(HAPE)으로 인해 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물론 회복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말하기, 걷기, 간단한 산수 문제를 푸는 재활을 거쳐야 했다. 재활 훈련 1년 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은 내게 다시 산으로 가겠느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당연히 ‘예스(Yes)’다. 산은 내 목숨을 앗아갈 뻔했지만, 그만큼 내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준 곳이다. 어떤 위험이 내가 다가올지 모르지만 나는 위험하지 않은 삶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는 재활 기간을 거치면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본질을 고민했다. 죽음의 문턱에 부와 명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워싱턴DC 유명 로펌(퀸엠마뉴엘얼쿼트&설리반)에서 근무하던 김 변호사는 퇴원하자마자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인권(civil rights)’을 위해 평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ACLU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이유다.
 
김 변호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홍콩, 도쿄 등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다가 미국으로 왔다. 탄탄대로였다. 예일대학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일류 로펌의 변호사가 됐다.
 
그는 “나는 계속 뭔가를 성취하고 내 이력서에 화려한 경력을 계속 추가해야 한다는 압박 가운데 살았었다”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했고, ‘현재’를 값지게 사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ACLU 외에도 하와이대학 법대에서 소송장 작성 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여가에는 아내와 함께 하이킹하거나 100마일 경주 대회 참가를 위해 훈련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사회의 각 영역은 달리기와 매우 비슷한데 누구와 함께 뛰느냐가 중요하다”며 “좋은 사람과 함께 뛴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인간에 대한 인식을 폭넓게 만드는데 세상도 그렇게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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