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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누가 천사를 병들게 했나

그는 아름다운 혼을 가졌었다. 선하고, 명랑하고, 평생 누구에게 화낸 적 없고, 자신을 위한 통장에는 예금 한 푼 없었지만 약자 편에서 불의와 담대히 싸우며 평생 진정 예수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김인용, 내 사촌 동생이다. 가냘픈 체구였지만 하얀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그는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세운 상주 ‘양촌교회’에서 자랐다. 한신대 29회 졸업생인 그는 큰 교회의 부목사로 초청을 받았지만, 삼팔선이 가깝고 가난한 지역인 경기도 파주군 연다산리에 ‘반석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였다.  
 
그가 가난한 교회를 선택했을 때, 나는 미국에서 의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였다. 부패 정치인과 조폭들이 손잡고 500여 가구의 가난한 농민들 땅을 착취할 때 그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그들과 함께 농사짓고 생활했다. 그리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며 그들의 권리를 찾아 주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신학 공부를 위해 독일(당시는 서독)로 떠났다. 그곳에서 잠깐 한국인 이민자 교회를 맡아 목회하던 중 교인들 간 불화에 휩싸여 무척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까지 그를 도와주던 친구는 가족에게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쇠약으로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내게는 그가 식사조차 못 하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그 후 며칠간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 갑자기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는 더 큰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보살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극복할 수 있었지만 낯선 외국 땅에서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진 상태가 그를 병들게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잊고 있던 그의 죽음이 떠오른 건 최근 젊은 목회자가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뉴스 때문이다.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스트레스에 너무 시달리게 되면 뇌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이 떨어져 우울증이 생기고 이것이 심해지면 정신착란 증세까지 일으켜 충동적으로 정신 이상 행동을 보인다. 환청으로 인해 하나님의 명령을 들었다며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마귀의 모습으로 착각해 살해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끊기도 한다.
 
내 경험상 우울증과 정신 착란증에 걸리는 사람 대부분은 착한 마음을 지녔다. 나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있고,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극단적 선택은 뇌의 병 때문에 생긴 이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행동이므로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뇌 병사’라고 말해야 할 수도 있다. 뇌와 관련된 병으로는 뇌염, 뇌암, 뇌졸중, 정신이상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정신의학으로 이 모든 병을 사탄이 일으키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자연사가 아닌 모든 인간의 죽음에는 누군가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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