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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더 이상 ‘골든 스테이트’가 아니다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LA타임스의 조지 스켈턴은 저명한 칼럼니스트다. 
 
60년간 정치 전문 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백악관 특파원, 새크라멘토 지국장도 역임했다. 
 
정치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면 스켈턴의 칼럼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유명 기자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실수를 자인했다.
 
스켈턴은 지난 23일 자 칼럼에서 “잘못을 인정하겠다. 나는 2년 전 이런 글을 썼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가 쓴 글은 이렇다.
 


“부유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곳(캘리포니아)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치솟는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부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난다는 정치적 유언비어는 ‘가짜 뉴스(fake news)’다.”
 
‘캘리포니아 엑소더스(California Exodus·탈가주)’ 현상을 가짜 뉴스로 단언하며 강하게 부정했던 그가 자신의 논지를 뒤집었다.
 
 스켈턴이 주장을 접은 건 초당파 싱크탱크인 캘리포니아공공정책협회(PPIC)의 보고서 때문이다. PPIC는 지난 21일 캘리포니아 인구 유출에 대한 각종 팩트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캘리포니아를 떠난 고소득자(연 소득 13만7500달러 이상)는 총 22만 명이다. 팬데믹 전인 2019년(15만 명)과 비교했을 때 50% 가까이 급증했다.
 
 실수를 인정한 스켈턴은 “황금 거위들이 지금 이곳을 떠나고 있다”며 “이 문제는 부유층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사회복지 정책에 돈 쓰길 좋아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칼럼에서 이러한 추세를 ‘새로운 반전(new twist)’이라고 규정했지만, 인구 유출은 수년 전부터 이미 전 계층에 걸쳐 진행돼왔다.
 
 채프먼 대학 짐 도허티 수석 경제학자는 인구 유출에 대한 추세 분석을 수년간 진행해왔다. 그의 연구팀은 탈 캘리포니아가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도허티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인구 순손실은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며 “지금은 인구 유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11년은 정치 지형이 바뀐 해다. 당시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취임하면서 캘리포니아는 다시 민주당의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색이 변하는 시기였다. 이후 개빈 뉴섬 주지사가 배턴을 이어받으며 푸른색은 더욱 짙어졌다.
 
 황금 거위가 푸른 캘리포니아를 떠난 사례는 많다. 일례로 지난 2014년 토런스에 있던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판매법인 본사가 탈 캘리포니아를 결정했다. 높은 세금과 기업 규제를 피해 텍사스로 이전하겠다는 발표였다.
 
 이러한 추세는 고소득층, 기업 등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친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이나 연구 기관들은 캘리포니아의 인구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 왔다.  
 
 그 사이 현실은 냉랭해졌다. 탈 캘리포니아 현상은 각종 문제가 복합적으로 뒤섞여 생겨난 실상이다. 높은 세율과 생활비, 치솟는 주택 가격, 반기업적 정책, 범죄자 처벌 기준 완화, 범죄율 급증, 공권력 약화, 노숙자 증가, 공립학교의 지나친 성교육 커리큘럼, 부유세 추진 등 논란은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높은 거주 비용을 ‘날씨 세금(weather tax)’으로 여기며 내심 위안으로 삼아왔다. 문제는 잦은 산불, 폭우 등으로 최근에는 화창한 날씨를 즐기는 일마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러자 LA시는 갑자기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식당 등에서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려다 논란이 됐다. 뉴섬 주지사는 기후 변화 문제에 54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최근 적자 예산이 예상되자 환경 정책을 포기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캘리포니아는 한때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로 불렸지만, 그 별칭은 옛말이 됐다. 사람들은 지금 금빛이 사라진 ‘블루 스테이트’를 떠나고 있다. 엄연한 사실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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