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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향만리] 삼성(三省)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말했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서 나를 살핀다. 다른 사람과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을까? 친구들과 사귀면서 믿음을 사지 못한 일은 없었을까? 배운 것을 다 익히지 못했으면 어쩌지?” 『논어』 ‘학이편’ 제4장의 말이다.
 
사람이 매일 하는 일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직장에서 남과 더불어 일하고, 여가엔 친구와 어울리고, 뭐가 됐든 날마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 외에 별다른 게 없다. 증자는 우리 삶이 본래 그러함을 간파하고 반성할 항목을 셋으로 잡은 것 같다.
 
반성을 게을리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직장에서는 남에 대한 배려가 없이 제 이익만 챙기는 얄미운 사람이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신망이 없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그리고 날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정보를 간과하면 서서히 도태당한다. 증자의 시대나 지금이나 직장 내의 화목, 친구 간의 신의,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며 정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상은 사실 달라진 게 없다.
 
반성은 부끄러움을 낳고, 부끄러움은 겸손을 낳고, 겸손은 평화를 낳고, 평화는 행복으로 직결된다. 반성이 행복으로 향하는 첫 관문인 것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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