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예방 프로젝트] “정치인들 반아시안 발언이 가장 큰 문제”
‘스톱헤이트’ 신시아 최 대표
정치인이 외려 차별 부추겨
중국계 이어 한인 피해 최다
아시안 50% “외부활동 불안”
이는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시안 증오 사건 추적단체 ‘스톱AAPI헤이트(Stop AAPI Hate)’의 최근 보고서(Two Years and Thousands of Voices) 내용이다.
한인 2세인 신시아 최 공동대표는 “아시안 차별과 배척의 역사는 사실 새롭지 않지만 팬데믹이 기름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800년대부터 아시안은 백인위주 사회에서 '더럽고 질병을 옮긴다'고 취급받았다. 인종을 이유로 교육이나 주택매매에 제한도 받았다”며 “팬데믹 기간 중국계와 한인이 증오 사건의 주된 피해자가 된 것은 충격적이지만, 아시안 이민 역사의 아픔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20년 3월 19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2년 동안 단체가 접수한 증오 사건(incident)과 범죄(crime) 총 1만1467건을 토대로 작성됐다. 단체 측은 조사 첫 주간에만 전국에서 아시아계 증오 사례가 600건, 한 달 만에 150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증오 사건은 주로 아시안을 향한 욕설, 비방, 위협 등이었고, 증오 범죄는 물리적 폭행 등이다.
특히 아시안 2명 중 1명은 반아시안 정서로 외부활동 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명 중 2명은 증오 사건과 범죄 등의 영향으로 가족과 연장자의 안전을 걱정했다고 답했다. 아시안 학부모 3명 중 1명은 공공장소 또는 등하굣길에 자녀가 차별 또는 증오 피해자가 되진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팬데믹 기간 아시안 차별과 증오는 유행처럼 번졌다. 그 결과 증오 사건 또는 범죄를 경험한 60세 이상 아시안 시니어와 일반 피해자 95% 이상은 ‘미국이 육체적 피해 가능성이 커진 위험한 곳이 됐다’고 답했다.
최 공동대표는 아시안 증오 사건이 급증한 요인으로 정치인의 ‘반아시안 정서가 담긴 수사(rhetoric)’를 꼽았다. 그는 “팬데믹 때 대통령은 인종차별 의도가 깔린 표현을 했다. 중국인 등 아시안은 비난 대상이 됐다. 결국 나를 포함한 아시안은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고 정치인의 반사회적 행태와 무책임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선출직 정치인이라면 반중국, 반아시안 등 인종이나 성 차별적 발언으로 공포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안 제정 등 커뮤니티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증오 피해사례 중 혐오 발언, 조롱 섞인 몸짓, 문서화된 표현 등 괴롭힘(Harassment)이 67%로 가장 많았다. 범죄에 해당하는 신체 폭행도 17%나 달했다. 인종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행태 16%,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증오 9%, 직장 등에서 차별 6%, 공공기물 파손 또는 강도 4%, 서비스 거부 4%로 집계됐다.
사건 발생 장소는 거리, 공원, 대중교통 시설 등 공공장소가 40%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마켓 등 비즈니스 가게 27%, 주택 등 거주지 10%, 학교 등 교육시설 9% 순이었다.
최 공동대표는 “공립학교 이민역사 교육 의무화, 사건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 한인사회 등 아시안 커뮤니티의 체계적인 대응이 반아시안 정서와 증오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건국 과정 속의 아픔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흑인 노예의 아픔, 원주민 학살, 아시안 배척, 백인 우월주의의 폐해’ 등 결국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한 개인이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으로 상대를 업신여기려는 인식이 차별과 증오를 부추겼다. 교육과 성찰을 통해 남을 차별하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