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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메타의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

우훈식 경제부 기자

우훈식 경제부 기자

메타버스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 우주 또는 가상현실(VR)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활의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다. 기업의 회의와 미팅도 줌(Zoom)으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2020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라고 말했다. 암호 화폐와 블록체인, NFT 등 혁신 기술이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가상현실 사업 확장을 발표하며 회사명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꿨다. 메타는 이때 메타버스가 사용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트렌드는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으로 눈 깜짝할 새 바뀌었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은 단지 트렌드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메타가 광고한 가상현실의 실패는 진작 예견된 바였다.  
 
메타버스 형태의 가상현실은 사실 많은 사람에게 이미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젊은 층이 즐기는 온라인 비디오게임이 그렇다. 사용자의 캐릭터를 치장해 온라인상의 유저들과 소통하고 플랫폼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온라인 게임들은 VR기기를 착용해야 하는 메타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정한 메타버스란 가상현실 속에서 유저들이 실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으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VR과 연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메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리얼리티랩스에 36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메타가 현재 판매 중인 VR 기계는 몇 년 전 개발된 기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화질이 좋아지고 무게가 줄었을 뿐 메타가 그동안 홍보한 메타버스에서의 몰입감을 업그레이드할 투자라고 볼 순 없다.  
 
줌 회의를 메타버스로 전환한다고 생각해보자. 참여자가 VR기기를 착용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변한다고 해서 회의나 미팅의 소통 형태가 바뀐다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의 표정도 볼 수 없다.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현실과 차단되어 가상 공간에서의 실존감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메타의 VR은 컴퓨터 화면을 가깝게 보는 것이 전부다.  
 
차별화된 콘텐트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디지털 플랫폼이 유지되려면 유저들이 들어오고 끊임없는 콘텐트의 생성과 재생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메타는 새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이로 인해 생태계를 유지할 콘텐트가 없다.  
 
지난 2003년 메타버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세컨드라이프는 유저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 3D 아이템을 만들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 20년 후 메타는 이와 비슷하게 유저들이 VR에서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호라이즌’을 구현했다. 하지만 발전은 없었다. 호라이즌은 출시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저 소통 외에 새로 추가한 기능이 전무할뿐더러 최대 30만 명을 기록한 월간 접속자 수는 최근 20만 명으로 줄었다. 들어오는 고객은 없고 나가는 고객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는 단순히 메타의 과장된 광고다. 적어도 아직은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다.
 
저커버그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에만 137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메타의 주가는 가상현실 붐이 일었던 2021년과 비교해 약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한 메타는 지난해 비용절감을 목표로 1만1000명의 감원에 이어 이달 1만 명의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반면 함께 메타버스를 개척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 투자 성공으로 이젠 인공지능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일찍이 메타버스 사업 모델을 정리하고 다른 미래 먹거리를 찾은 덕이다. 메타도 이제는 달콤한 꿈에서 깨고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우훈식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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