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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어머니와 호스피스 이야기

사랑하던 어머니가 91세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5년이 되었다. 그런데 슬픔보다는 고통에서 벗어나셨다는 안도감으로 충만한 평화를 느낀다. 어머니는 3세 때 감염된 홍역 합병증 때문에  심한 천식과 만성 기관지염으로 고통받으셨다. 50대에는 폐활량이 보통사람의 50% 정도까지 떨어졌다. 거의 두 달에 한번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우리 형제들은 간호사 경력이 많은 동생의 권유에 따라 어머니를 호스피스 케어에 모셨다.  
 
호흡을 돕기 위한 산소, 폐렴 치료를 위한 항생제 대신, 모르핀이나, 안정제 등으로 어머니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드린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와 찬송가도 부르시고, 옛날이야기도 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어머니는 양손에 두 딸의 손을 잡고 평화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마지막을 맞으셨다. 이처럼 어머니의 임종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은 호스피스 케어 덕분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요즘 소망 소사이어티라는 단체의 적극적인 활동 덕에 한인들도 호스피스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과거에 읽었던 ‘Being Mortal’이라는 책 내용이 기억난다.  저자는 저명한 외과 의사이자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다. 그는 1960년까지만 해도 사망자 대부분이 자신의 집에서 가족에게 둘러싸여 마지막을 맞았지만 현대에는 대부분이 차가운 병실에서 죽음 맞이한다며 이를  비판했다. 의학과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술은 삶 전체를 다루는 대신, 병을 고치는 것에만 주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무엇인가라도 해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본연의 임무라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은 언젠가는 생을 마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임을 잊어버린 것처럼….  
 
저자인 닥터 가완디는 그래서 10여년 이상을 호스피스와 고통 완화 치료(palliative care)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인도에서 이민 와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호스피스 케어에 의탁해 편안하고 행복한 매일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에서 자녀와 손주들에 둘러싸여 숨을 거뒀다고 한다. 그리고 화장한 아버지의 유분을 품에 안고 인도의 갠지스 강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새벽 해가 떠오르는 조용한 갠지스 강의 뱃머리에서 세컵의 강물을 마신 후 머리 너머로 아버지의 유분을 강에 뿌렸다. 그는 수천년간 이어온 인연들이 자신을 거쳐서 자신의 후손에게 이어지는 강렬한 느낌을 경험했다고 한다.
 
필자가 35년 이상 일했던 카이저 병원에서는 오래전부터 각 환자의 차트에 ‘Advanced Directives’라는 기록을 첨부했다. 그 내용은 ‘나의 병 때문에 나에게 관계된 의료적 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누구에게 책임을 일임하시겠읍니까?’ ‘내가 중병으로 소생할 기회가 없을 경우, 인공호흡기나 식이용 튜브를 뚫어서 생명 연장을 원하십니까?’ ‘이런 상태에서 심장마비가 왔다면 심폐 소생술을 받기 원하십니까?’ ‘사망 후 시신이나 장기 기증을 원하십니까?’ 등등이다.  
 
호스피스 케어팀에는 의사, 간호사, 사회사업가는 물론 목사님, 스님, 신부님들도 참여해 환자를 돕는다. 닥터 가완디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 직전까지도 평소의 아버지다운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호스피스 팀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필자도 사랑이 넘쳤던 우리 어머니가 평소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호스피스 팀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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