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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출신·60대 여배우…상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오스카 연기상 배우들]
‘에에올’ 한 작품 세 연기상

왼쪽부터 키호이 콴(남우조연상), 양자경(여우주연상), 브랜던 프레이저(남우주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여우조연상).

왼쪽부터 키호이 콴(남우조연상), 양자경(여우주연상), 브랜던 프레이저(남우주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여우조연상).

지난 12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거행된 제95회 아카데미상의 작품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게 돌아갔다. ‘에에올’은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해 7관왕에 올랐다. 한 작품이 7개 이상의 상을 수상한 경우는 많다. 그러나 한 작품이 4개의 연기상 중 3개를 차지한 경우는 95년의 아카데미상 역사상 세 번에 불과했다. 이 이례적 ‘사건’의 이면에는 수상의 영예를 안은 3명의 배우가 공교롭게도 인생 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최초의 아시안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이며 2015년 네팔 대지진의 생존자 양자경.

최초의 아시안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자이며 2015년 네팔 대지진의 생존자 양자경.

60세 양자경의 인생 연기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의 홍콩 배우 양자경(미셸 여)은 성룡에 의해 픽업되어 홍콩 영화계에서 활동하다 1997년 007시리즈 ‘투모로우네버다이즈’에서 최초의 ‘아시안 본드걸’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양자경은 이후 ‘스타급’ 배우로서 다양한 액션 영화들에 모습을 보였지만, 공리처럼 발군의 빛나는 수퍼스타급 배우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스승이며 최고의 중화권 배우 성룡의 위상을 뛰어넘는 배우가 됐다.  
 
배우 양자경의 하이라이트는 그녀가 60줄에 들어서야 찾아왔다. 가장 기발하고 개연성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러나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이야기 ‘에에올’이 양자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중년의 이민 여성 에블린을 용기와 지혜로 가정 내 문제를 풀어가는 ‘멀티버스’의 작은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무술가, 요리사, 베이징 오페라 가수, 지배자의 다중 역할을 소화하며 인생 승리의 감동을 전한다.  


 
“오늘 밤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여성들이여, 여러분의 황금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최초의 아시안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이며 2015년 네팔 대지진의 생존자 양자경의 감동적 연설에 오랫동안 기립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공포물 전문배우의 대변신
 
전설적 배우 토니 커티스와 자넷 리의 딸 제이미 리 커티스는 같은 작품의 스테파니 수와 여우조연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기 때문에 수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가문의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상이 특별히 감격스러운 이유는 데뷔 이후 45년 만에 이루어진 경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오스카상 후보 지명도 처음이었다. 부모들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64세 딸이 이루어냈다. ‘핼러윈’ 시리즈 등 수많은 공포영화에 출연하며 ‘비명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그녀를 따라다녔지만 오스카와는 거리가 먼 커리어였다.  
 
커티스는 ‘에에올’에서 세무조사관 역을 맡아 과거 그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커티스만의 연기로 주목할 만한 연기 변신을 보인다. 그녀는 초반부 우스꽝스러운 빌런으로 나오다가 후반부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 다시 등장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인디애나 존스’의 그 소년
 
남우조연상의키호이콴은 베트남 난민 캠프 출신의 배우이다.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픽업되어 ‘인디애나 존스’(1985년)와 ‘구니스(’1986년)에 잇달아 출연, 아역 스타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영화계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할리우드는 베트남계 중국인 남성배우에게 그다지 많은 출연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콴의아메리칸 드림이 오스카상 수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시안 커뮤니티 모두의 기쁨이다.  
 
프레이저의 인생 역전
 
한편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의 브랜던 프레이저에게 돌아갔다. 그 역시도 한때 꿈을 포기했었던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긴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재기한 두 배우는 1992년작 ‘엔시노 맨’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둘은 서로를 껴안으며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배우들이 만들어낸다. 배우들이란 진정 감동적인 스토리를 스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보다.  2022년의 영화계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가 작품상과 함께 3명의 배우가 한꺼번에 오스카를 거머쥐는 일대 사건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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