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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은행 파산 사태 또 벌어지긴 했지만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사태로 뒤숭숭하던 2009년 6월, 한인들은 생경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한인 은행의 본점과 지점에 연방예금공사(FDIC)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쳐 은행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은행 영업이 끝날 무렵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이른바 ‘미래은행 강제 폐쇄’ 조치였다. 당시 미래은행은 부실대출이 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였다.  한인들은 ‘은행도 망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미래은행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4년 동안 1000개가량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2008년 전국에 7088개이던 은행 숫자가 2012년 6089개로 줄었다. 이 중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없어진 은행도 있지만 미래처럼 부실 경영으로 강제 폐쇄 조치를 받았던 곳도 많다.  
 
‘은행 강제폐쇄’ 상황이 15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1주일여 사이에 3개 은행이 잇따라 문을 닫은 것. 자산 규모 2026억 달러로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자산 1130억 달러의 시그니처 은행이 문을 닫았고, 암호화폐 전문 실버게이트 은행은 자체 청산을 발표했다.  
 
은행 고객들은 또 불안해졌다. “내 돈이 있는 은행은 안전할까?”라는 걱정이다. 물론 25만 달러까지의 예금은 보호를 받는다고 하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심정은 한인 은행의 고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은행들도 초조하다. 혹시라도 고객의 불안감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SVB와 시그니처 폐쇄의 직접 원인도 뱅크런이 아닐까 싶다. SVB의 경우 지난 8일 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발표하자 주가 폭락과 함께 예금주들의 동요가 시작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9일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이 날 하루에만 420억 달러의 인출 요구가 몰렸다. 은행 총예금고인 1754억의 2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그니처도 문 닫기 전 하루 동안 총예금고의 11%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인출 요구를 받았다. 부실 경영으로 인한 적자 누적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이 지점이 현재와 금융위기 당시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SVB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사실 경영진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히 늘어난 예금을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난 게 화근이었다. 이 시점에 불경기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던  벤처투자자와 IT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시작됐다. 이들은 SVB의 큰 예금주들이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경영진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마지막까지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매각이 불가피했다. 문제는 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에 채권 수익률도 올라 채권 가격은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손실폭이 커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관과한 것이 있다. 바로 고객들이 받을 충격이었다. 만약 예금주들에게 미리 손실 발생의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뱅크런 사태는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고객 우선’ 원칙을 잊은 것이다.
 
현재 상황이 금융위기 당시와 다른 또 한가지는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 조치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마자 FDIC는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호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뱅크런 사태의 확산을 우려한 조치였다. FDIC의 조치 덕분인지 몰라도 다행히 추가 뱅크런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은행들의 탐욕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한 부실의 고리가 워낙 광범위하게 얽혀 있어 금융당국의 대책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의 상황은 금융당국의 통제 가능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닉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얘기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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