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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 말씀만 하소서!’

이채의 작품 중에 ‘아버지의 눈물’이란 시가 있다.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멋지게 살고 싶었다./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떳떳하게 정의롭게/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아버지라 했던가/나 하나만을 의지하며/살아왔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나쁜 것을 나쁘다고/말하지 못하고/아닌 것을 아니라고/말하지 못하는 것이/세상살이더라 (중략)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아버지는 고달프고/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가족들이 보는 앞에서/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하늘만 알고/아버지만 아는...
 


아버지는 어떤 경우라도 자신보다는 가족을 우선순위에 놓고 살아가는 존재다. 아버지요, 가장이기에 어깨의 짐이 아무리 무겁고 버겁더라도 묵묵히 수레를 끄는 황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버지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가족이 있기에, 세상살이 힘들고 지칠 때도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몰래 가슴으로 우는 것이 아버지가 아닌가. 이것이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일진대 무엇이 그토록 감당하지 못할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는가. 무엇이 아버지만 바라보며 살아온 금쪽같은 자식을 죽이고, 그토록 사랑한 아내와 자신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한인 교회의 전도사이던  50대 한인 목회자가 부인과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아버지이기를 가장이기를 포기한 그에 대한 분노가 나만의 생각일까. 살인도 사는 방식이요 용기인가. 아무리 세상이 뒤틀리고 악함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아버지로 가장으로 무엇인들 못 하고, 용납 못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그가 청소년 담당 목회자로 사역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행동이 우발적이 아니고 계획된 것이라면, 한 번쯤 자신이 가르친 청소년들이 받을 충격도 생각지 못한 이기적인 인간이었던가. 그렇다면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을 어디서 찾겠는가.  
 
이참에 한인교회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 있다. 특히 영어권 목회자에 대한 검증이다. 신학적 배경과 가정환경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파트타임 사역자라도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합당한 최소한의 대우가 필요하다. 특히 영어권 청소년 사역자라면 풀타임 사역자로 대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청소년 문제를 중요시한다면 더욱 그렇다. 주중에도 아버지처럼, 형님처럼 청소년들을 보듬어 주어야 하고, 말씀준비도 담임목사 버금가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권 목회자를 일반직장의 파트타임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의식주에 얽매여 직장이 우선이고, 사역은 뒷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이번 같은 사건으로 깊은 상처를 떠안은 청소년들의 내적치유는 어떻게 하겠는가.
 
누구에게나 세상살이에 애환이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참을 수 없는 분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가 있기에 ‘자살’ ‘살인’이 아니겠는가. 내가 섬기는 신이 있다면 매달려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 말씀만 하소서!’는 고 박완서 작가가 남편이 죽은 뒤 석 달 만에 아들까지 잃고 쓴 일기다. 저자가 고통 속에서 울부짖은 말 중에 “그때 나는 몇 날 며칠을 밤이나 낮이나 주님을 찾아 대들고 몸부림쳤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 한 말씀만 하시라’고 애걸복걸도 해보았다”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하나님께 울부짖음으로 평강이 찾아오고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자살은 자신을 죽이는 살인이다. 살인은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한다. 살인을 해야 할 만큼 컴컴한 터널 속이었던가. 그 보다 아버지의 눈물, 남편으로서 눈물의 고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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